[문화칼럼] 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미래경영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책에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등 6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미래는 기능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하고, 단순한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스토리를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중만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논리보다는 공감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며, 진지한 것도 좋지만 놀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물질의 축적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의 장난감 제작회사인 레고는 덴마크 빌룬트라는 작고 조용한 마을의 목공소 주인이 틈틈이 아이들의 놀이기구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디지털게임이 넘쳐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4억 인구가 레고를 즐기고 있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

다니엘 핑크의 주장처럼 상상력과 창조력을 높일 수 있는 놀이, 다양한 장르간의 조화와 융합, 호기심을 자극하는 디자인, 감성적인 스토리와 끝없는 혁신의 가치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를 도시 개발의 콘텐츠로 활용하면서 세계문화유산도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기존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라는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이탈리아 베로나에 가면 '줄리엣의 집'이 있는데 영국의 문호 세익스피어가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베로나에 전해지던 한 여인의 슬픈 전설에서 착상을 얻어 지어낸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특화시켜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되었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는 어떠한가. 불모지 사막에 오락, 유흥의 콘텐츠를 스토리텔링으로 특화시키고 연중 서커스 공연, 설치미술, 전시회 등 1만여 차례의 문화행사를 통해 도박과 환락의 도시에서 창조도시, 콘텐츠도시로 변신했다. 일본 가나자와는 공예, 디자인, 음식, 생태, 시민문화 등의 융합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창조도시, 문화도시의 명성을 얻고 있다.

이처럼 세계의 도시는 거칠고 각다분한 공간에 감성을 입히고, 디자인과 스토리텔링과 조화의 가치를 더하며, 차별화된 콘텐츠와 놀이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낡은 공간에 디자인과 감성,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입히면서 창조도시로 거듭난 사례가 얼마나 많던가. 역사는 엄연하고 우리가 가야할 갈 길 또한 분명함에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합 청주시가 출범하면서 시민들은 이승훈 시장의 말과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자치행정은 물론이거니와 경제와 복지, 농촌과 문화관광, 교육과 도시개발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새로운 틀을 짜고 미래가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러 명의 청주시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으며, 문화예술 행정을 함께 펼치기도 했다. 각각의 개성과 소신과 철학이 분명하지만 최근들어 이 시장의 행보에 창조경제 및 문화융성의 가치가 내재돼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정책결정에서부터 청주국제공항과 관광산업 전략에 대한 소신, 재래시장의 활성화 방안, 새로 개관될 시립미술관의 운영비전, 공예비엔날레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상관관계 등을 엿보면 개인의 소신을 뛰어넘어 창조경제를 통해 청주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열정이 느껴진다.

특히 '생명문화도시'를 테마로 한 동아시아문화도시 중장기프로젝트 중 젓가락대회, 홀로그램 에듀센터, 동아시아 창조학교, 한중일토종시장, 시민스토리박물관, 세살마을, 디자인마을 등을 통해 청주만의 멋과 결과 향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청주의 새로운 희망엔진이 될 것이다.

칼은 불의 단련 속에서 강해지고, 사람은 시련과 역경 속에서 더욱 강건해 진다고 했던가. 빙상경기는 코너를 돌 때 승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지금 청주는 도약이냐 좌절이냐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이승훈 시장의 창조경제, 문화융성론이 알곡진 열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겠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