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도담삼봉 인근 물속 훤히 꿰고 있죠"
"삶의 터전 도담삼봉 인근 물속 훤히 꿰고 있죠"
  • 중부매일
  • 승인 2015.05.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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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의 어부를 찾아서 <1> 단양 도담삼봉 어부, 이재완씨의 삶
동이 트지 않은 새벽녘. 단양의 어부는 오늘도 만선을 기대하며 고요했던 남한강의 물살을 가른다./신동빈

작업은 언제나 여명이 밝기 전에 시작됐다.

지난 4월, 짙은 안개를 깨우며 도담삼봉 선착장에 트럭 한 대가 멈춰선 것은 새벽 5시. 이틀 전 해질녘 쳐 놓았던 그물을 건져 올리기 위해 출어하는 고기잡이배 삼봉호의 선주 이재완(54)씨였다.

삼봉호의 첫 조업은 도담삼봉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수면 위에서 진행됐다. 미리 쳐 놓았던 각망(삼각망, 정치망이라고도 부른다)을 건져 올리자 성인 남자 종아리만한 잉어 한 마리가 무겁게 따라 올라온다.

손에 들고 촬영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어항에 담아두고 또 다른 그물을 건져 올리니 이번에는 팔뚝만한 붕어와 여러 마리의 잡어가 따라 올라왔다. 시작이 괜찮았다.

고기가 나오는 시간, 고기가 잡히는 포인트, 어종별 서식 환경을 그는 물 밖에서도 훤하게 꿰고 있는 듯 했다. 어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40년 가까이 고기를 잡았던 경험과 노하우 덕분이라고 했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부가 되다= 이재완씨의 아버지도 어부였다. 도담삼봉이 고향인 아버지는 팔기 위해서라기보다 먹거리를 위해 어부가 된 경우였는데, 1960년대 어업 종사자들의 삶이 대부분 그러했다.

고기 판매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초반. 판매를 하기 전에는 동네 어르신, 이웃들과 나눠먹기 일쑤였다.

지금이야 어업권을 사고파는 시대가 될 만큼 벌이가 괜찮은 직업이 됐지만, 과거에는 마을의 영세한 사람들에게만 허락했던 직업이 바로 어부였다. 36명에 달했던 단양의 어부는 점점 줄어 현재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허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인원은 18명.

두 명도 못 태워 혼자 타야 하는 나무배의 노를 저어가며 아버지는 어머니와 2남 3녀의 생계를 책임졌다. 장남이었던 그도 열여섯 살 때부터 고기 잡는 법을 배웠다.

건장한 체구, 호탕한 성격, 넉넉한 인심을 베풀던 아버지는 단양에서 소문난 호걸이셨다.

생존했다면 올해 여든을 훌쩍 넘기셨을 아버지는 쉰 넷에 세상을 등졌다. 고추를 말리기 위해 하우스에 피워둔 숯불이 화근이었다.

함께 있었던 그는 아버지 장삿날인 3일 만에 기적처럼 깨어났다. 공무원 이재완씨가 본격적으로 어부가 된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자율관리어업 공동체 설립= 1982년 체신공무원 생활을 정리하고 어부로 살아온 30여년 삶이 뜻깊게 다가온 순간은 지난해 4월 1일.

제3회 어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자율관리어업 공동체와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내수면 어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단양군 어업허가 제1호인 그는 단양군자율관리어업공동체 대표직을 역임하며 회원들과 함께 어패류 포획, 채취, 민물고기 직판장을 운영하며 자율관리어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단양에서 아내와 함께 24년간 운영하고 있는 '어부네회매운탕' 한 쪽 벽면에도 당시 시상식 사진이 플래카드에 담겨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내수면 전문가의 식당답게 실내에는 단양 남한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 종류와 고기를 잡는 어구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단양 남한강에 서식하는 물고기 가운데 가장 많이 잡히는 어종은 쏘가리와 자연산 뱀장어. 꺽지, 꾸구리, 납지리, 돌마자, 누치, 배가사리, 쉬리, 어름치, 잉어, 참갈겨니, 줄납자루, 퉁가리 등 67종에 달한다.

단양 어부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허가 받은 어구는 자망, 통발, 각망(정치망), 주낙, 투망 등으로 대부분 한 가지 어구로 조업에 나서고 있다.

◆내수와 해수의 차별부터 없애야= 내수면사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 토종붕어 종묘 보급 및 대량생산 방류사업, 내수면 생태계 교란어종 구제사업, 낚시터 환경개선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불법어업 근절을 위해 수자원보호 명예감시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 이재완씨는 내수면 사업의 지평 넓히기에 앞장서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국내 8만 명의 어업인 가운데 내수면 어업 종사자는 5천200명 정도.

매해 정부가 자율관리어업공동체를 평가해 상 사업비를 주고 있지만 내수는 늘 찬밥신세라는 문제의식이 광폭 행보의 배경이다.

지난 2월 사단법인 전국내수면어로업연합회를 꾸리고 단양에서 사무실이 있는 오송까지 먼 거리 왕래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내수면 어업의 가치와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고 했다.

자율관리어업공동체는 처음 시작할 때 참여, 다음 단계가 모범, 최종적으로 자립공동체로 나뉘는데 충북에는 참여, 협동, 모범공동체만 있을 뿐 자립공동체가 전무하다. 상 사업비를 따내는 것도, 1차 산업에서 6차 산업까지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는 것도 어려운 이유다.

"고기를 얼마나 많이 잡느냐, 어업인의 소득증대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내수면 어업 종사자들에게 부여된 또 다른 책무는 다음 세대를 위해 현재의 어족 자원을 최대한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수 못지않게 내수면 어업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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