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에 시험 합격한 정찬덕옹 파킨슨병 앓는 부인 직접 돌봐

보살핌을 한창 받아야 할 팔순의 할아버지가 요양보호사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정찬덕 할아버지(청주시 상당구 수동)은 1932년생이니 집 나이로 84살이다.

할아버지는 지난 4월 15일 발표된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합격률이 높다고 하지만 요양보호사는 실습 80시간을 포함해 240시간의 강의를 이수한 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시험이다. 할아버지는 한 달여 동안 하루 8시간의 학원 수업을 꼬박 듣고, 강의 내용을 녹음한 뒤 집에서도 꾸준히 복습을 했다.

팔순의 할아버지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유는 할머니의 병간호를 위해서다. 관절염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81)는 벌써 5∼6년째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집을 방문해 할머니를 돌보고 있지만 그래도 남인지라 자신이 직접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할아버지는 전기산업기사, 열관리기사, 전기관리원, 아마추어 무선 자격증에다 60세에 자동차운전면허까지 합격한 경험이 있어 자신감이 있었다. 게다가 바퀴가 넓은 어린이 장난감 자동차와 전동 휠체어를 혼합 개조하고, 화장실 가기가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의자를 이용해 이동식 변기를 직접 제작하는 등 손재주가 뛰어나기도 하다.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어 할머니 건강식단을 직접 짜고 음식을 만드는 등 지금도 외출할 때는 할머니가 먹을 제철 과일 주스를 준비해 놓고 있다.

정 할아버지는 요양보호사의 최고 덕목으로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을 꼽았다. 그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돈 욕심을 갖고 자격증을 따려고 해선 안된다"며 "보호사 기준에 환자를 맞추려해선 안된다. 자신과 환자의 마음이 하나가 될 때 진정으로 환자의 친구가 될 수 있고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60여 년간 하모니카를 연주해 온 할아버지는 지금은 횟수가 줄었지만 아직도 한달에 두, 세차례 요양원이나 교회를 방문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수준급의 하모니카 연주는 물론 맛사지와 수지침을 놓아주며 말 벗이 돼주곤 한다. 정 할아버지는 "유명 병원의 의사들도 포기한 파킨슨 병이지만 할머니가 손, 발을 떨때마다 자신이 수지침을 놓아주면 금세 진정되고 잠도 잘 자고 있다"며 "더 이상은 악화는 되지않고 있어 앞으로 10년만 더 보살필 수 있다면 적어도 파킨슨병으로 숨진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할머니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길 학수고대했다.

5남매를 둔 그는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 들려줄 교훈을 묻자 그는 "아직 90살도 되지 않았는데 무슨 할 말이 있냐"며 대신 자식들에게 "자신들이 알아서 열심히 살아라.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라. 한 가지 목표를 완성하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늘 도전하라"고 근면 성실을 강조했다고 했다.

노인세대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을 물었다. "갈때가 얼마남지 않은 퇴물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마라"며 "늙은이는 곶감같은 익어가는 과일이다. 감도 땡감일땐 못 먹지 않는가. 빛이 좋아 화려하지만 먹지 못하는 감도 껍질을 벗겨 말리면 아주 맛있는 곶감이 되고 또한 씨를 뿌릴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누구든지 사랑과 존경의 대상으로 보아야 지 자신을 과시하려고 하지 말라"며 "내가 과거에 무엇을 했다는 것에 욕심 부리거나 머리에 두지 말고, 상대방을 나보다 더 많이 배웠다고 인정하고 존경하라"고 6·25 참전 용사로 평사원부터 사장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인생역정 속에서 얻은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정 할아버지의 요양보호사 합격 과정을 지켜본 이백산 참사랑 요양보호사 교육원장은 "그동안 할머니를 돌보시거나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르신으로부터 되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교육원의 다른 분들에게도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고 존경을 드러냈다. / 박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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