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OECD 34개 회원국중 고등교육 1위, 국가경제력 11위. 1인당 국민총소득 세계 13위. 수치로만 보면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한국은 6.25전쟁의 참화속에서도 남들이 수백년간 이룩한 경제번영을 수십년간 압축성장으로 일구어냈다.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선진국인가. 하지만 선진국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은 어른이든, 아이든 행복하지 않은 나라다.

한국보다 경제발전이 뒤처진 네팔과 에티오피아 같은 국가의 아동보다 한국 아동이 행복을 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는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 결과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조사 대상인 12개국 아동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어제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해 루마니아, 콜롬비아, 노르웨이, 이스라엘, 네팔, 알제리, 터키, 스페인,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등 12개국 아동 4만2천5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 아동의 연령별 평균은 10점 만점에 각각 8.2점(8세), 8.2점(10세), 7.4점(12세)로 전체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령별 전체 평균은 각각 8.9점, 8.7점, 8.2점이었다. 최근 지진으로 국가적인 재앙을 겪고있는 네팔과 아프리카의 빈국 에티오피아보다도 낮았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 신체, 학업성적에 대해 불만족스러워 했다. 이와관련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아동의 외모와 성적에 대한 만족감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낮은 것은 부모와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추느라 늘 남과 비교하는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위축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긴 어른들의 행복지수가 바닥인데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낄리 없다. 지난 3월20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세계 행복의 날'에 즈음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바닥권이었다.

143개국 중 118위였으니 말이다. GDP와 건강수명, 부패,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엔 행복지수에 비해 다분히 주관적인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행복감은 훨씬 낮게 나온 셈이다. 물론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말도 있다. 소득이 높아지는 것과 정비례해 행복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대다수 선진국들의 행복수준은 경제수준에 걸맞게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가 어른, 아이 할것없이 행복수준이 경제력에 훨씬 못미칠만큼 낮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행복감을 못느끼는 것은 가정과 학교, 우리사회의 책임이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말이 내포하듯 성적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충동을 느끼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외모지상주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상대적으로 심리적인 박탈감을 안겨준다.

청소년들이 우수한 성적과 우월한 외모를 행복의 척도로 느꼈다면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편향된 교육과 왜곡된 사회현실을 보여준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고 해도 청소년들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불행한 나라 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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