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씨가 큐레이터로 복귀한다. 지난 2007년 학력 위조로 파문을 일으킨 지 8년 만이다.

부천 석왕사는 신씨가 오는 24일부터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열리는 가수 조영남의 현대 미술전시회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을 기획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부처님 오신 날과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이 운영하는 부천 외국인 노동자의집 설립 20주년을 맞아 열리는 것이다.

전시회에서는 십자가를 든 채 웃는 부처의 모습으로 자신을 그린 자화상 '웃는 보살과 하얀 십자가', 한 손에 십자가를, 다른 한 손에 만(卍) 자를 든 자화상 등이 전시된다.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작업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1997년 조씨를 처음 만났다는 신씨는 '기획의 글'에서 "조영남 선생님은 2007년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지면이 주어질 때마다 '신정아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모두가 한곳을 향해 가고 있는데, 혼자만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셨다"며 "그 고마운 마음이 8년 만에 나를 다시 큐레이터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유학 시절 신학대학을 졸업한 조영남 선생님은 그림 속에서 부처님 옷을 입고 십자가를 들고 있다. 불교도 아닌 것이 기독교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천주교라고도 할 수 없는 복합적인 종교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놓았다"며 "결국 이 세상 모든 종교는 하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 씨는 '작가의 글'에서 "몇 달 전부터 팔자 드세기로 유명한 신정아 큐레이터가 부처님 오신 날을 기해 절에서 미술전시를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흘리듯 제안해 왔다"면서 "이번 일은 신정아 큐레이터가 근대 한국미술문화사에 길이 남을 요란한 스캔들 이후에 처음으로 시작하는 조심스런 신장개업으로 이건 뭐 재미를 떠나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미술 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왕사 영담스님도 신정아씨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신정아씨가 동국대학교 조교수로 활동할 당시 영담스님은 동국대학교 이사였다. 교도소 출소 이후 영담스님은 신정아씨와 함께 해외봉사활동, 다문화가정 지원 등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영담스님은 "(조영남은)화투에서 다섯 가지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을 보고, 미국문화의 상징인 코카콜라의 깡통을 아름다운 꽃병으로 보는 사람. '예수의 샅바를 잡다'라는 책을 내면서 자신이 예수임을 은근히 선교(?)한 사람. 그런 조영남 선생이 이번에는 감히 부처님의 샅바를 잡아보려고 한다"면서 "이번에 전시되는 그림에도 부처님과 자신이 한통속이라는 얘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회는 어떤 분들에게는 매우 낯선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낯설음을 훌쩍 뛰어넘어야만이 이것과 저것이 다르지 않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면서 " 이번 그림 전시회를 통해서 우리의 속 좁은 오해와 편견 때문에 아직도 낯설음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을 돕고자 한다"라고 전시회 취지를 밝혔다.

한편 전시회 개막일인 24일 오후 2시에는 조영남 씨의 콘서트가, 내달 13일 오후4시에는 '작가와의 대화'의 시간이 석왕사에서 마련될 예정이다. 전시회는 내달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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