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핀테크가 유행이다. 자주 언론에서 거론되다 보니 문외한인 사람들조차 관심을 갖게 될 정도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금융과 IT기술을 조합하여 전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업과 IT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금융은 IT와 결합하여 고객에게 편리한 환경과 시스템을 많이 만들고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금융업 범위 내에서 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한 개념이었다. IT가 금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핀테크는 IT가 금융과 협력하기도 하지만 맞서기도 하는 형국이다.

금융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다. '금융업의 해체'라고 할 정도로 새로운 업체들이 기존 금융업의 여러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규제라는 보호막 속에서 안전하게 영위하던 금융업은 이제 규제완화를 틈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금융은 그들만이 할 수 있다는 신비의 영역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IT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으며 수성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새로운 경쟁자와의 싸움은 필연적인 사실이 되고 있다. 이제 금융업은 악화되는 경영환경과 핀테크의 영향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비해 IT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여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천 년 대 초반까지 있었던 닷컴 버블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스타트업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기업을 넘어서서 주식시장에 상장이 되며 놀랄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핀테크를 일부 산업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핀테크는 산업간의 융복합이 일어나며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기업이 탄생하고 있어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조 이후의 대부분의 과정, 즉 유통, 정보, 서비스, 결제, 금융 등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때문에 어느 특정 산업의 입장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광범위한 관찰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핀테크 선진국인 영국, 미국, 중국만 보더라도, 국가가 나서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핀테크의 종주국인 영국은 런던에 테크시티(Tech City)를 조성하여, 수천 개의 핀테크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핀테크는 이미 국경을 초월하고 있다. 핀테크 중에서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지급결제의 경우, 이미 우리나라에 알리페이 같은 외국 업체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자칫하면 가만히 앉아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다국적 기업에게 국내 시장을 내어줄 형편이다. 국내에 핀테크 업체가 규제에 막혀 고전하는 사이, 외국 업체들은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가지고 손쉽게 국내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핀테크를 국가적인 과제로 다루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활성화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저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유발할 새로운 산업의 탄생은 중대한 문제다. 더군다나 지금은 새로운 혁신 기업이 탄생하면 전세계 시장이 대상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먼저 세계적인 경쟁을 가진 기업을 배출하느냐가 그 나라 발전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핀테크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아직 많이 뒤쳐진 상황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국가와 업계가 관심을 가지고 육성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작년부터 화두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뿌리깊게 금융에 대한 규제 문화가 강력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정책당국의 횡보가 빨라지고 있다. 하루 속히 불필요한 규제가 완화되고, 새로운 산업 육성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기회에 경제 전반에 걸친 활력이 되살아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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