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칼럼] 논설실장·대기자

충남 아산 하면 중년층 이상은 온양을 함께 떠올린다. 1995년 온양시와 아산군이 통합돼 아산시로 바뀌었으나 아산은 한동안 온천도시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젊은층은 믿지 못하겠지만 아산은 70년대까지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은 곳이다. 당시 최고스타였던 최불암·김민자 부부의 신혼여행지도 아산이었다. 20년전만 해도 아산은 한물간 온천도시였다.

그 아산이 얼마전 미국 뉴스전문채널인 CNN에 등장했다. 앞으로 10년 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꼽은 세계 7대 부자 도시 리스트에 4위 경기화성과 함께 5위로 포함된 것이다. 맥킨지가 조사한 부자도시의 기준은 간단하다. 각 도시의 GDP를 인구로 나눠 도시 규모와 상관없이 시민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GDP를 보유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화성과 아산은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기업인 삼성과 현대, LG가 터를 잡고 대단위 산업단지를 조성했다는 점이다. 화성은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 LG전자 공장이 들어서 있으며 아산은 삼성그룹 IT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아산탕정산업단지가 도시를 급팽창시켰다. 지금 아산은 온천도시가 아니라 첨단산업도시다. 불과 20년만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같은 변화를 보였다.

기자는 개인과 나라, 세대간에도 운명이 있듯이 도시에도 운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타리'는 저서 '20세기 승자와 패자'에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영원한 도시도, 지역도 없으며 모든 도시는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거듭해 왔다"고 말했다. 나라와 개인에게도 부침(浮沈)이 있듯이 도시도 마찬가지다. 한때 잘나가던 도시도 개발에 밀리면 낙후되거나 쇠락한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드물었던 어촌이나 척박한 시골이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또는 대기업 유치로 '살고싶은 도시'로 변신하기도 한다.

새삼스럽게 아산을 들먹이는 것은 청주시도 대변혁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청주시가 통합한지 일주년을 맞는다. 청주의 경쟁도시인 천안과 아산이 각각 인접한 지역과 통합하면서 도시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듯이 청주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옛 청원군에 속해있던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청주발전의 '엔진'이 될 것이다. 여기에 청주테크노폴리스와 오창 2산업단지, 옥산산업단지등도 포진해 있다.

하지만 이런 산업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해서 청주가 저절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모든 도시는 나름대로 다양한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간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지만 퇴보하는 도시는 더 많다. '지속가능 위험 지자체'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2010년 기준 전국 144개 시단위 중 96개 지역(66.7%)이 쇠퇴 징후를 보이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가 통합이후 비상하려면 자치단체장의 비전과 리더십이 빛을 발해야 한다. 통합이후 지난 1년간을 돌이켜 보면 밝은 전망을 논하기가 쉽지않다. 무엇하나 뚜렷히 내세울만한 성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청주시가 추구하는 목표도 뚜렷하지 않다. 이승훈 시장은 공무원들로 부터 '경제시장'을 주창했으나 '문화시장'으로 선회했다는 말을 듣는다. 하다못해 청주라는 도시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KTX오송역 개명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어도 손도 대지 못했다. 정작 새로운 상징마크(CI)는 폭넓은 공론화과정이 생략되면서 졸속이라는 비판과 함께 의회의 대립과 갈등만 낳았다. 청주시가 나름대로 장기적인 전략은 있다고 주장할지는 몰라도 시민들에겐 청주시의 미래에 대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콘텐츠도 빈약하고 홍보전략도 미흡하다.

기자는 청주가 아산처럼 부자도시가 되는 것도 좋지만 살기좋은 도시가 되길 더 원한다. 대도시가 살기좋은 도시는 아니다. 얼마전 한국갤럽이 청소년이상 1천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는 달라졌다. 여전히 수도인 서울, 부산, 대전 등 대도시도 있지만 10년전에 비해 선호도가 낮아졌고 대신 춘천, 전주, 강릉, 경주 등 지방도시에 대한 선호도가 늘었다.

살기좋은 도시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양질의 일자리와 교통인프라, 교육환경,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 미래가치 등을 꼽는다. 청주는 이중에서 몇가지나 경쟁력이 있을까. 이승훈 시장은 이제 3년이 남았다. 그 짧은 기간에 통합시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전임자들이 보여줬듯이 공직경험이 풍부한 것과 자치단체장으로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향후 3년간 이 시장이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이 시장의 앞날도, 청주의 위상도 달라질지 모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