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청주의 성안길 상권을 상징했던 흥업백화점이 최근 간판을 내렸다. 1990년 오픈한 뒤 25년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흥업백화점은 추억속으로 사라졌다. 흥업백화점은 개점 첫해 2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시 청주백화점과 함께 성안길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명절과 연말엔 흥업·청주백화점 주변은 북새통을 이뤘다. 오픈한지 채 5년도 안돼 대형유통업체 출점과 경영환경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부도가 났으며 법정관리중인 2010년 LS네트웍스가 인수했다가 지난 4월 ㈜건동에 130억 원에 매각되면서 성안길엔 이젠 백화점을 볼 수 없다. 흥업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성안길의 침체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50m 인근의 롯데시네마 건물은 영화관만 제외하고 상가 전체가 거의 개점휴업중이다. 한때 전국 5대 도심상권이라는 명성은 빛이 바랬다. 성안길 전체 매출도 한창때 1조2천억 원에서 8천억 원으로 30%가 감소했다는 통계도 있다.

성안길이 쇠락한 것은 도시가 확장하면서 변두리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청주 외곽에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웃렛이 출점하고 중소유통업체들도 아웃렛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웃렛시장은 그동안 흥덕구 봉명동에 파비뇽이 있지만 유명무실했고 분평동 '에버세이브'를 시작으로 경부고속도로 청원톨게이트까지 대도로변에 소형 아웃렛 점포가 집중됐다.

하지만 청주 서부와 북부지역에도 의류쇼핑시설이 들어서면서 청주 핵심상권이었던 성안길은 이제 외곽의 대형유통점포와 중소아웃렛 매장에 협공을 받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긴 하지만 몇년전부터 지갑이 가벼운 '청소년들의 거리'로 변해 성안길 로드숍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유통시장의 골리앗인 현대·롯데를 상대로 힘겨운 경쟁을 하면서 활력을 잃고 있다.

몇 년 전 성안길과 육거리시장을 견학 왔던 부평 문화의 거리 인태연 부회장은 "백화점 들어오면 고가 로드매장이 무너지고,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중저가 매장이 끝장난다. 이 파장이 상점가만 아니라 바로 전통시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성안길과 육거리시장로 대변되는 구도심 상권의 위기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성안길이 침체 일로를 걷는 것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문화적인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시설이 없고 둘째 주차장이 부족해 고객 접근성이 불편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문화마케팅이 지역 상권을 이끄는 세상이 됐다. 전주 한옥마을이나 대구 김광석 거리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현장을 가보면 알 수 있다. 성안길을 예전과 같은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활성화되긴 어렵다. 현대백화점이 문화이벤트행사를 수시로 개최하는 것은 문화마케팅이 집객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문화공간이 없고 단순히 옷가게와 화장품 가게가 즐비한 성안길은 백화점과 아웃렛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주차문제도 심각하다. 청주시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승용차를 타고 쇼핑을 가는데 성안길엔 고객을 위한 주차장이 마땅치 않다. 주차료를 지불해가면서까지 성안길로 찾아오길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문화적인 정체성을 살리고 주차공간을 넓히지 않으면 성안길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 청주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성안길 회생이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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