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청주환경운동연합 풀꿈환경강좌 3강 최훈 교수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충북청주환경운동연합의 풀꿈환경강좌가 지난 17일 상당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은 3번째 강좌로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라는 주제로 강원대학교 철학과 최훈 교수가 진행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육식의 미학을 거부하다니. 육식은 다윈의 진화론의 입장에서 보면 채소가 주지 못하는 필수영양분을 고르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인간의 생존본능인 셈이다. '아마도 다른 이유가 있어서 채식을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강연을 듣기 시작했다.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채식주의자라고 하지 않는다. 알래스카인은 채식을 하고 싶어도 채소가 나지 않아 육식을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알래스카인을 육식주의자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최훈 교수는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을 채식주의자'라고 새롭게 정의 한다.

 통상 채식을 하지만 필요에 따라 고기를 먹는 사람을 '선행적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두 번째는 어류만을 허용하는 '페스코주의자', 세 번째는 달걀, 우유정도만을 허용하는 '락토-오보 주의자', 그리고 마지막은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허용하지 않는 '비건주의자'다.

 어떻게 채식주의자가 됐을까? 채식주의자가 되는 동기를 살펴보면 첫째는 종교적인 신념이고, 둘째는 개인의 취향 때문이고, 셋째는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리적인 이유 때문인데 최훈 교수는 윤리적인 신념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됐다. 즉 이번 강연의 주제는 '윤리적 소비'가 핵심이다

 육식과 윤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간이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먹기 시작한 것이 고기인데 이것이 윤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우리가 통상 먹는 닭의 평균수명은 15년이다. 그런데 통상 30일 정도면 생을 마감하고 사람들의 먹거리로 제공된다. 이 생육과정에서 끔찍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닭은 공중전화박스에서 성인 4명이 평생을 사는 것과 같은 고통으로 생육되며 육계로 변환되는 과정에서도 전기충격으로 도살되는데 대량으로 도살하다 보니 그중 일정부분은 기절이 덜 된 채로 도살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은 똑같은 고통을 가지고 있다. 닭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고 죽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 과정을 무시한 채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최훈 교수는 더 끔찍한 사례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즐겨먹는 소고기는 'beef'라고 부른다. 반면 송아지 고기는 'veal'이라고 부르는데, 서양 사람들이 송아지고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선홍빛을 띤 송아지고기를 최고로 친다. 선홍빛을 띤 송아지고기는 철분부족현상을 지닌 빈혈 송아지에서 많이 나온다. 축산업자는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분리해 철분성분이 없는 우유를 먹여 키운다. 송아지는 철분부족현상이 오면 본능적으로 쇠로 만든 무언가를 핥으려 하는데 인간은 잔인하게 이마저도 못하게 밧줄로 묶어 버린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보자.

 나는 며칠 전 콩에 대해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콩은 대부분이 수입 산이고 수입의 전량에 가까운 비율을 미국에서 들여온다. 문제는 이 콩이 어떻게 재배되었느냐의 문제이다. 이 콩은 G. M. O(유전자 변형)로 만들어진 콩이다. 즉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해 만든 것이다. 이 콩은 국내에 들어와 대부분 사료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콩기름의 원료로도 쓰인다. 콩기름을 제조하고 나면 대두분이라는 물질이 생기는데 이 대두분이라는 물질은 또 고추장과 된장의 원료로 쓰이게 된다.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되는 현상은 씁쓸하기만 하다.

 "문제해결의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라는 미국드라마의 명대사처럼 우리도 이제는 고민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기자의 신문에서 광고가 사라진 이유', '치과의사의 목욕탕에서 오랄 비가 사라진 이유', '꼬마의 손에서 프링글스가 사라진 이유' 등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윤리적 과정의 문제는 아주 많다. / 이정원 환경전문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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