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 경영학과 교수

피터 드러커는 현대 경영학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그의 왕성한 60년간의 연구 결과는 1999년에 발표된 '21세기 지식경영'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요핵심은 '지식(knowledge)'이다. 미래 기업경영의 핵심을 지식자본, 지식근로, 지식활용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빅 데이터(big data),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등이 한 예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것들은 매우 복잡한 지식의 융합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국의 경영·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다각도의 다양한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미래의 지식경영·경제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로 언어(language)를 꼽는다.

지식은 책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모든 책은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소통하게 된다.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마라찌는 그의 저서 '자본과 언어'를 통해 신경제에서의 가장 핵심은 언어와 소통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지식의 전달 매체가 언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식자본을 찾고, 활용하기 위해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이미 글로벌경제는 미국 중심의 영어를 통해 지식의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영어 소통능력에 따른 구조적 영향도 받고 있다. 우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한 마디로 글로벌 경제의 파장을 보면서 영어가 갖는 파워를 꿰뚫어봐야 한다. 미국으로 인해 세계는 영어 세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소통 수단인 언어가 갖는 파워는 미래 경영의 자산임엔 틀림없다. 소통 언어의 중요성을 가늠케 할 수 있는 사례를 보자. 1990년 초,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급격히 변화된 것 중의 하나는 대학생들의 외국어 학습행태 변화였다. 영어 외에도 꽤 인기가 있었던 불어, 독일어, 일본어를 배우는 학생이 급격히 줄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에 몰입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당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매개체인 '더 인터넷(The Internet)'이라는 익스플로러가 영어로 되어있었다. 이것이 영어 외의 다른 외국어가 한국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지식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언어는 매우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한다. 특히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언어를 꼽으라면 한국어와 영어일 것이다. 국내 지식의 상당한 부분이 한국어로 집약 정리되어 있으며, 또한 새로운 지식이 지속적으로 출판되는 언어가 영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모든 학문 분야에서 앞서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생산해내는 모든 지식이 영어를 통해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한국에서는 영어 실력으로 출세하고, 소득까지 결정된다고 한다. 물론 영어의 중요성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해하겠지만 고도의 지식의 습득, 활용, 저장, 재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영어 학습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식을 자본적 측면에서 해석하여 가장 많은 지식을 자본화시킨 미국 언어에 대한 의견을 늘어놓았다. 그렇지만 이미 한국 사회는 영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많은 시간을 영어 학습에 투자하고 있지만 외국어라는 특성으로 학습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은 한국인이 다른 외국인보다 영어를 학습하기가 매우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인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독일, 브라질,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일본 등 비영어권 국가인과 함께 영어를 배워보면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쉽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에서 소통되는 비중 있는 언어는 인도를 포함하여 15억 명이상이 사용하는 영어 외에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는 중국어, 5억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는 스페인어 등이다. 언어학자 스티븐 로저 피셔는 언어의 빈부격차가 확대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즉 사용자가 많은 언어는 점점 더 그 사용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측되는 만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수가 사용하는 언어 습득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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