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칼럼] 논설실장·대기자

삼국지 패자(覇者)인 조조가 위대한 것은 후계구도를 잘짜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점이다. 후계구도는 물론 후계자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달라진다. 따라서 경영자의 평가는 후대까지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최우석 前 삼성경제연구소 부회장의 저서 '삼국지경영학'에 나오는 대목이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기업은 장수하기 힘들다.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지는 '정글'보다도 더 생존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2년 전 대한상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년 전 100대 기업 중 현재까지 살아있는 기업은 27개에 불과했다. 70% 이상은 사세가 위축되거나 그저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퇴출된 기업도 여럿이다.

기업의 볼륨을 키우면서 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장수기업은 후계구도에 성공한 기업이다. 반면 창업자가 회사를 튼튼하게 일궜어도 후계자가 소비시장의 변화와 새로운 경영환경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기업생태계가 그만큼 거칠고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브랜드를 보유한 대표적인 향토기업 두곳의 후계경영이 최근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자기와 대원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도자기는 국내생활도자기의 간판기업이다. 대원은 '칸타빌'이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주택건설시장의 강자다. 나란히 청주산업단지에 본사를 둔 두 기업의 공통점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너는' 지극히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자 3세와 2세인 한국도자기 김영신 사장과 대원 전응식 사장은 지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김영신 사장은 경영위기극복, 전응식 사장은 베트남 국제신도시프로젝트의 성공이라는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얼마 전 뉴스의 초점이 됐다. 이 달 말까지 공장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회사 창립 72년 만에 처음이다. 도자기 회사나 철강회사는 가마나 용광로의 불을 가급적 끄지 않는다. 비용을 떠나 회사의 신인도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사태에도 구조조정 없이 위기를 극복했던 한국도자기가 이런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의외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무차입 경영'이란 오랜 자부심도 침체된 경영환경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도자기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내세우며 문제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회사의 경영성적표를 보면 그리 녹록치 않다. 2011년 500억 원 안팎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38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순손실 규모도 104억7천200만원에 달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을 넘어 소낙비를 맞고 있는 수준이다. 1999년 영업이익이 20.7%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한때 세계 도자기 업체 중 생산량 1위 였던 이 회사는 공교롭게도 3세경영체제가 시작된 2천년대 중반부터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형제간 지분정리로 간판브랜드였던 '젠'이 분리 된데다 유통환경이 급변했지만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분리된 제한국이 올해 700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는 것을 보면 업종탓을 하기도 어렵다.

섬유와 건설 두 바퀴로 성장해온 대원은 향토 기업 중 가장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아파트사업에 진출, 1군 건설업체로 성장했으며 4년 전 엔 중견업체 성지건설을 인수했다. 또 베트남에 방직공장을 세우고 호치민시에 있는 동국무역 면방직공장을 인수했으며 베트남 3대 도시중 하나인 다낭시에 국제신도시 개발에 나서는 등 베트남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시키며 몇 년 새 사세를 급격히 키웠다.

신도시 개발은 10여 년간 60여만평의 해안을 매립한 뒤 국제호텔, 컨벤션센터, 초고층빌딩, 아파트등 8천500여 세대가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국제신도시' 사업이 4년째 지연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 일부 용도변경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일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대원은 여전히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다.

두 후계 경영인의 부친은 모두 80대 고령이다. 성공한 경영인이었던 두 사람은 모두 빈틈없는 자기관리와 철저한 원칙주의로 숫한 위기를 극복하며 충북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회사를 키웠다. 하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둘다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후계경영체제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충북에 뿌리를 둔 기업의 미래는 타 기업에도 파급영향을 준다. 전통 있는 향토기업이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지역경제 기반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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