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오리는 우리에게 참 익숙하면서도 낯선 동물입니다.

기원전 3천500년전의 이집트 조각과 그림에 오리를 잡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오리를 식용으로 기른 역사가 유구합니다. 기원전 400년경 로마인에 의해 가축으로 사육되었다는 기록이 존재하고 있구요. 옛날 신라·고려시대에도 오리를 길러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오리는 우리나라의 음식역사와도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리는 들오리의 일종인 참오리(Mallard duck)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오리의 한자표기인 압(鴨)을 풀어보면 첫째 갑(甲)자와 새 조(鳥)가 합쳐진 모양으로, 새의 으뜸으로 풀이되며,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장원급제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오리는 그 신체구조상 앞으로만 갈 수 있고, 뒷걸음질을 칠 수 없다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

예전 우리네 마을입구에는 높이 세운 장대위에 오리를 얹어놓았는데, 오릿대(솟대)에 앉은 오리가 홍수나 화재같은 재해를 막아주는 신령한 동물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오리는 그 뇌수에서 해독물질이 분비되고, 부리를 통해 해독력이 강한 자성을 띤 물체를 찾아먹는 능력이 뛰어나, 유황과 같은 독극물을 먹고도 살아남는 지구상의 거의 유일한 동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리를 집단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 전남 나주 지방에서부터라고 합니다. 1980년대에는 전남 광주 유동 오리마을을 중심으로 탕 형태의 오리요리 소비가 이루어지다가, 곧이어 부산 지방에서 오리불고기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소비가 늘었습니다.

1991년에는 오리고기가 완전 수입개방되면서 가격이 싼 수입 오리고기가 대도시 고기뷔페 식당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근래에는 자동차 보유대수가 급증하면서 오리고기를 취급하는 야외 음식점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으며, 요즘엔 오리고기가 기호식품이 아니라 소, 돼지, 닭을 잇는 기본 육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오리는 예로부터 '날개달린 소'라 불리어 왔으며, 백색육의 영양학적 장점과 적색육의 미학적 장점을 동시에 보유한 동물입니다. 영양학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불포화지방산의 함유율이 높고, 필수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며, 체내의 독소를 제거해 주는 효과가 탁월하고, 피부탄력과 재생능력을 촉진시키는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유럽의 오리사육은 동양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서는 오리를 고급 식재료로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오리가 각 부위별로 독특한 약성을 지니고 있다고 파악하여 이를 부위별로 따로 병증에 맞추어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하여 왔습니다.

'동의보감', '본초강목'등 옛 한의서에도 오리고기가 고혈압· 중풍· 신경통· 동맥경화 등 순환기 질환에 특효가 있다고 나와 있으며, 비만증· 허약체질· 병후 회복· 음주 전후· 정력 증강· 위장 질환에 효험이 있고, 몸안의 해독작용과 혈액순환을 도와 성인병에 특히 좋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보신제로 애용하여 왔는데, 동의보감에 의하면 오리가 사람의 기운을 보강해 주고 비위를 조화롭게 해주며 여름철 열독(熱毒)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더위를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온 몸이 피곤할 때 좋고, 중풍이나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액 순환을 좋게 하며 빈혈을 없애는 효능도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 여름, 건강하고 활기찬 여름을 보내기 위해 오리고기를 선택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리고기를 구하기도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의 노력으로도 오리고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변 오리전문식당을 찾으시거나, 가까운 슈퍼나 마트에서 훈제오리나 오리불고기 같은 다양하게 가공된 오리고기를 구입하여 가정에서 간단한 조리로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오리를 드시면 농가도 살리는 길이고, 식품업체도 살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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