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충북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한국도자기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지역민들의 궁금증을 사고 있다. 회사에서는 경영위기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경제계의 해석은 다르다. 이유야 어떻든 그간 한국도자기가 지역사회와 함께해온 역사와 공헌으로 볼 때 지역주민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주고 있다.

1943년 청주의 작은 도자기 공장에서 출발한 한국도자기는 창업주에서 이어져온 지역기업으로서의 경영철학을 고수하는 지역착근형 기업이다. 이를 계기로 지역의 장수기업과 전반적인 기업생태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성장 과정은 지난하다. 성공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대부분 2~3번의 좌절을 겪은 후에 꿈을 이룬다는 얘기가 회자된다. 그만큼 30년 또는 50년 이상의 장수기업으로 남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통계에서 확인된다. 2014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기준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도내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57.0%로 나타났으며 기간이 길어지면서 낮아지다가 5년 생존율은 29.2%에 그쳤다. 창업 후 1년 만에 10개 중 4개 이상이 폐업하고 5년 후엔 7개 이상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전국 평균인 1년 생존율 59.8%와 5년 생존율 30.9%보다는 약간 낮은 수치다.

국내의 한 신용평가기관 자료를 보면 최근 기준으로 충북에서는 30년 이상 존속한 기업이 85개사로 전국대비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50년 이상 존속 기업은 13개사 2.7%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서울은 30년 이상 존속 기업이 1280개사로 전국대비 39.9%에서 50년 이상 존속 기업 244개사 50.7%로 높아지면서 장수기업들이 집중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서울의 신생기업 1년 생존율 61.2%, 5년 생존율 31.6%가 충북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30년 또는 50년 이상 존속하는 장수기업의 경우 전국 비중 면에서 서울과 충북의 격차가 기간이 길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서울의 장수기업 생태계가 양호함을 의미한다.

장수기업은 창업주의 손에서 만들어지지만 자생적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온 유기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과 기업인, 시장, 제도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선순환 하는 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장수기업 육성의 시작이다.

오늘날 독일 경제의 저력과 성공비결을 통해 장수기업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독일 중소기업의 꽃이라 불리는 '히든챔피언'은 독일 경제의 주역이다. 상당수는 가업을 승계한 장수 가족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해당 사업 분야에서 독자적인 시장지배력과 교섭력을 행사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 변화를 리드한다. 특화된 고기술 제품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글로벌 마켓리더를 지향하고 가족 기업으로서 장기적인 관점의 경영활동에 역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얼마 전 발간된 경영관련 서적에는 글로벌 기업에서 세계 1등으로 거듭난 유럽 강소기업의 성장비밀 4개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는데 상품을 뛰어넘어 경영이념까지 확대하는 디자인,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룰메이킹(규칙 제정 주도), 인재를 모으는 개방형 플랫폼으로서의 오픈, 모든 비즈니스의 출발점인 로컬(지역 중시) 등이 그것이다. 독일과 유럽 중소기업의 성공방정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모든 기업의 생존 여부는 시장경쟁력 유무에 달려있다. 현재의 기업환경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인터넷 발달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급격히 변하고 있으며 고객의 니즈는 더욱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역사가 깊은 장수기업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지역의 장수기업을 지키기 위한 건강하고 매력적인 기업생태계가 과연 무엇인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