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이하 충북적십자사)의 부실한 운영실태가 드러났다.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충북적십자사가 과연 오랜 전통과 공신력이 있는 봉사단체인지 의심스러울 수 밖 에 없다. 지난 3월 충북지사 성영용 회장과 적십자사 봉사회 충북지사협의회(이하 봉사회) 황관구 전(前) 회장 간 갈등이 법정싸움으로 비화되면서 이미지가 실추된데 이어 총체적인 운영부실까지 공개되면서 충북적십자사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안게 됐다.

충북적십자사는 지난달 초순에 이뤄진 본사 감사에서 구호·사회봉사, 예산·회계 등 전 분야에서 19건의 지적을 받았다. 내용을 살펴보면 원칙도 기준도 없었다. 주먹구구식 운영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충북적십자사는 구호사업 종합계획을 내부 결재절차 없이 세운데 이어 실태 조사도 하지 않고 일반 구호 대상자를 선정해 구호 물품을 지급하면서 수혜자 확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내 희망나눔센터 2곳의 급식소 위생 상태와 5년 이상 된 응급처치·수상안전 강습 장비도 점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RCY 지도교사 관리에도 거의 손을 놓았다. 지난 6월 기준 지도교사 615명 중 그만둔 교사가 62.4%(384명)나 됐지만 탈퇴 처리를 하지 않았다. 지도교사 관련 서류는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십자사 본사의 지원을 받아 도내 19곳에 설치한 스마트모금함중 11개 모금함 실적이 '0원'인데도 적십자사는 이를 유동 인구가 많은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모금실적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또 빵·국수 나눔터의 비용 지출 서류에 법정 증빙 영수증이 아닌 간이영수증이나 개인카드 매출 전표를 첨부했다가 감사에 걸렸다. 이밖에 충주시 봉사회는 시 보조금으로 부동산을 사면서 본사 총재 명의가 아닌 봉사원 황모씨 이름으로 등기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충북적십자사는 지난 3월 민간단체를 만들어 지자체로부터 부당하게 보조금을 받은 전 봉사원이 낸 소송에 대응하면서 변호사 보수를 멋대로 정했다. 가처분 소송과 본안 소송의 보수가 다른데도 변호사가 요구하는 대로 1천만원씩 계약한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황씨를 고발하라고 요구했으나 충북적십자사는 이 지시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총제적 부실관리에 대한 처분으로 충북적십사자는 대한적십자사로 부터 경고·주의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28일 치러지는 충북적십자사 회장 선출은 투철한 봉사정신과 조직관리 능력 그리고 높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적십자사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인도주의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온 봉사단체로 주로 지역주민의 기부로 운영된다. 정부위탁사업으로 지원받는 예산은 전체의 5%선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주민에게 적십자회비 고지서를 돌린다고 해서 회비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적십자사의 숭고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도민에게 신뢰를 받으려면 충북적십자사 구성원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