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비엔날레
메르스와 비엔날레
  • 중부매일
  • 승인 2015.07.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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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김호일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중국어는 상형문자로서 뜻글자라고 들었던 필자가 오래전 중국어를 공부하던 시절의 일이다. '나는 물건을 사러간다'의 중국어는 '워 마이 똥쉬 취(我 買 東西 去)'라 한다. 여기서 물건을 '똥쉬(東西)'로 발음한다. 필자는 이 단어에 의문이 생겼다. 동서라는 단어를 우리는 동녘 東에 서녘 西로서 방향을 가리키는 뜻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라 의문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선생님께 질문했다. 선생님의 설명은 중국어에서 '東西'가 물건 즉 영어의 명사 Thing이나 Goods처럼 물건이나 상품의 의미가 된 이유는 이러했다. 한마디로 중국이란 너무도 광활하여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대국이며, 동에서 서로 이동을 해야 겨우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단어의 뜻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필자는 내친 김에 또 하나의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만만디(慢慢的)'의 의미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했다. 흔히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문화'이고 중국은 '만만디 문화'라고 한다. '만(慢)'의 의미는 느릿느릿하고 게으르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어찌 게으르고 느린 것이 국민의 정서가 되었을까? 물론 여유롭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는 우리 충북의 '느림과 여유의 문화'와 다르기는 해도 '느림'에 있어서는 일치하는 바가 없지는 않다.

만만디의 설명은 이러했다. 아주 오래전 양자강의 작은 마을의 일이다. 강 상류의 부락청년들이 가을걷이를 마치면 뗏목을 만들고 그 뗏목 위에 장사를 할 물건들을 싣고 강을 내려간다. 하나씩 하나씩 강가의 마을을 만나면 포구에서 다른 마을 사람들과 장사가 시작되고 환전을 하거나 다른 물건으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양자강 하류까지 내려온 상인들은 마침내 뗏목을 해체해 목재까지도 팔고 걸어서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고향을 도착하면 7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새로운 조카들이 태어나고 누이는 시집을 가서 다른 마을에 사는 모습들을 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양자강의 문명에서 중국의 '만만디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설명을 필자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양자강의 길이가 5천800㎞나 되니 이해가 단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중동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로 인하여 세계적 이슈가 됐다. 이제 곧 정부의 '메르스 종식' 선언이 있을 예정이다. 필자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주재국으로 정해졌으나 '중국관'의 참여 취소 통보를 해온 '중국공예미술협회'의 서기장을 예방하고 참여를 독려키 위해 북경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결론은 이러했다. '메르스'의 여파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라웠다. 우리나라는 이미 메르스의 영향으로부터 탈피하여 새로운 경기 활성화의 수순을 밟고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가로부터 종식선언의 통보를 접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며, 단 한명의 인민이라도 질병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국가의 공식기관이 결정한 사실을 번복함으로 오는 '체면과 위신의 손상'을 감당 할 수 없다는 것이며, 중국은 워낙 광활한 대국이라 돌려보낸 작품들을 한달 안에 회수 하기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필자는 중국이 인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염려하는 중국정부의 입장을 칭찬했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은 전쟁과 이념과 재난의 상황에서 조차 자유로워야 하며, 사상과 정치와 국경을 초월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음도 강조했다. 중국공예미술협회의 서기장은 '인간이 만든 위험요소는 극복할 의사가 있다. 그러나 자연의 문제는 본인들이 어찌 할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과 중국문화원의 설득이 있었을 때에도 외교적 관례와 물리적 시간상으로 가능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했다고 했다.

내려진 결론은 참여 불가능이다. 중국의 공예미술분야에는 11개의 예술 분과와 65개의 예술분야로 나누며 1천881개의 작품분야로 분류된다 하였다. 중국은 9월에 '동양목재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안으로, 며칠 후에 있을 '목공예분야의 위원회'에서 새로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참여를 고려해보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서는 필자에게 그는 '오늘 실패하더라도 멀리 보자'라고 말하면서 2년 후 열리는 '제10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계획하자고 하였다.

중국의 만만디 정신은 느리고 게으른 것이 아니라 '신중함' 의 의미도 담고 있음을 필자는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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