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에서 일하는 김태환 과장은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습니다. 매일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 추가 근무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정 무렵까지 일해야 하는 날도 많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1주일 동안 야근을 한 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김 과장. 몸과 정신은 녹초가 돼가지만, 야근수당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봉에 모두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왠지 모르게 억울한 김 과장은 야근수당을 따로 청구해서 받을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공인노무사협회 이훈 사무총장은 "노무사들과 학계에서도 상당히 높은 난도의 숙제로 생각하는 사안"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복잡하고, 회사와 근로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겠죠.

우선 김 과장의 연봉계약 내용을 살펴봐야 합니다. 많은 기업이 '포괄연봉제'라는 방식으로 근로자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포괄연봉제'라는 건 이 근로자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야근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 금액만큼을 미리 연봉에 반영해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보통 계약서에는 기본급 연간 2400만원, 연장 야간수당 240만원(연간 120시간의 연장·야간 근로수당) 이렇게 표시합니다. 이 근로자의 연봉은 2640만원이 되겠지요.

이럴 경우 연간 120시간, 매월로 계산하면 10시간 만큼의 야근수당에 대해서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연봉에 미리 반영해서 총 240만원을 매월 20만원으로 지급했으니까요.

위의 김 과장처럼 계약서에 명시된 월 10시간(연간 120시간) 이상의 야근을 했을 경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초과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야근을 예측할 수 있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상황이 또 약간 다릅니다.

보통 법원과 학계에서는 야근을 예측할 수 있다면 '포괄연봉계약'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미리 연장근로를 예상할 수 있으므로 이를 연봉에 앞서 반영하는 것도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사용자와 근로자가 예측할 수 없는 야근을 자주 한다면 '포괄연봉계약'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럴 경우 앞서 말한 대로 계약서에 명시된 시간 이상의 연장근로에 대해 추가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죠.

그럼 계약서에 '추가근무에 따른 수당은 연봉에 포함'이라고 적혔을 뿐 야근 시간과 수당에 대한 아무런 명시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봉계약서상의 근로제공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연봉계약서에 근로제공시간이 주 40시간이라고 명시됐다면 그 이상의 근로시간에 대해 청구가 가능한 겁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연봉에 야근비가 다 포함됐다'로 계약한 직장인이 수당을 받으려면요?

우선 지금 본인의 연봉계약서가 어떻게 돼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추가근무에 해당하는 야근내용을 꼼꼼히 기록해서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토대로 회사에 수당 지급청구를 하면 됩니다.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넣어야 합니다. 보통 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경우 야근 여부 입증 책임은 근로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야근기록을 스스로 잘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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