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뉴 아이콘 젓가락]④ 한·중·일 젓가락 어떻게 다른가

청주시가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하고 세계 최초의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으로 '한·중·일 젓가락 대전'이 막을 올린다.

젓가락은 한중일 공통문화이자 세 나라의 철학, 미학, 역사를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 젓가락은 중국 은나라 때부터 사용됐다고 전해진다. 크기, 재질, 디자인을 통해 나라별, 시대별 문화의 동질성과 차이성을 만날 수 있는 젓가락은 아시아의 시대를 맞아 3국을 이어주고 소통하게 하는 글로벌 콘텐츠로 평가되고 있다.

올 가을 청주시내 일원에서 젓가락을 테마로 한 전시, 세미나, 젓가락의 날 행사, 젓가락 주간, 젓가락 체험행사 등이 다양하게 펼쳐질 계획인 가운데 동아시아문화도시에 청주와 함께 선정된 중국 칭다오, 일본 니가타와 2014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중국 취안저우, 일본 요코하마 등도 참여할 예정이어서 청주에서 펼쳐질 '한·중·일 젓가락 대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중·일 젓가락 대전을 앞두고 아시아인이 갖는 문화적 동질성과 문화적 차이를 지니고 있는 세 나라의 음식문화에서 기인한 나라별 젓가락의 특징을 살펴본다.

◆한·중·일 세나라 음식문화 따라 다른 특징

한·중·일 세 나라 젓가락 중에서 제일 짧은 것은 일본 젓가락이고, 가장 긴 것은 중국 젓가락이다. 한국 젓가락은 그 중간 길이이다. 젓가락 끝부분의 굵기도 일본의 것이 가장 뾰족하고, 중국의 것이 가장 뭉툭하고, 한국은 그 중간 굵기이다.

대륙인 중국과 열도인 일본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반도인 한국처럼 젓가락의 길이와 굵기도 두 나라의 중간인 것이 절묘하고도 이채롭다.

일본 식문화는 좌식으로 1인상을 기본으로 하며, 생선요리를 많이 먹는다. 젓가락 끝부분이 뾰족한 것은 생선가시를 발라먹을 일이 많고 밥그릇을 들고 먹기 때문이다. 일본 국자의 90%가 고래, 연어와 같은 생선이름으로 만들어진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또 음식을 개인접시에 덜은 상태에서 자기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 일본의 식사예절이기 때문에 젓가락 길이가 길 필요가 없다. 또 성별에 따라 젓가락이 구분되어 있다는 점도 독특한 특징이다. 섬나라이기 때문에 습한 환경이어서 예부터 녹슬 우려가 없는 나무젓가락을 선호해 왔다.

그에 반해 중국 음식은 돼지고기를 주로 해서 기름지고 뜨거운 것이 많아 뼈를 발라낼 일이 거의 없다. 여러 사람이 둘러 앉아 함께 먹는 두레반이 기본으로 넓은 식탁을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과 사람의 거리가 멀다. 그래서 중국의 젓가락이 삼국중 가장 길다. 또 멀리 가져다 먹는 음식물이 미끄러지지 않고 뜨거운 김에 데지 않도록 플라스틱 소재의 길고 퉁퉁하며 끝이 뭉퉁한 원형젓가락을 쓴다.

한국은 많은 음식이 국물과 건더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여기서 제일 야박한 사람을 일러 '국물도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국물을 먹기위해 숟가락이 필요하고, 밥, 고기, 전 등의 음식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끝이 네모나고 무게감이 있는 금속제 젓가락을 많이 사용했다. 따라서 나무보다는 금속으로 만드는 것이 위생상 좋고 건더기가 든 국물을 뜨기좋게 숟가락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흔히 젓가락은 남자, 숟가락은 여자, 건더기는 양, 국물은 음으로 보았다. 이렇듯 한국에는 상반되는 음양의 조화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유독 한국만이 수저라고 말하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 쌍으로 보는 것이다. 또 금속제 젓가락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며, 보존성이 높아 세 나라 중에 가장 많은 유물이 남아있다.

따라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 젓가락은 사이즈가 너무 작고, 중국 젓가락은 너무 크고 미끄러워 한국 젓가락이 세계인의 표준이자 기준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람과 음식을 이어주는 '인터페이스'

젓가락은 이처럼 사람과 음식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현대적인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젓가락으로 전 인류를 분류해 볼 수 있다. 통계를 보면 젓가락과 포크와 손을 이용해 식사하는 인류가 각각 삼 분의 일씩 차지한다고 한다. 인도나 아프리카 사람들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그들이 가난하고 무식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처럼 그들은 손이라는 신체적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또 쌀은 자포니카 쌀과 인디카 쌀로 나누어 진다. 낱알이 가벼운 자포니카 쌀은 전분 성분인 아미로스가 적고 점성이 높기 때문에 찰지고 윤기가 나는 반면, 인티카 쌀은 가늘고 길며 점성이 낮아 찰기가 없고 밥알이 분리되어 손으로 먹게 된 과학적인 이유도 숨어있다.

서양의 포크와 스푼의 사용은 18세기 즈음으로 젓가락에 비해 역사가 짧다. 그 전까지는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었다. 손이 데지 않기 위해서는 스프를 제외하고는 모든 음식을 차갑게 식혀야 했다. 게다가 전쟁터나 벌판에서 주로 먹는 아웃도어 푸드이기 때문에 제대로 차려먹을 여건이 되지 못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식탁에는 따뜻한 밥과 국물이 올라오고 반찬은 데워져 나온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푸대접 받는 걸 보면 '찬밥 신세'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의 음식문화가 '온식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동양이 서양보다 훨씬 일찍부터 문화적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포크와 스푼보다 오래된 젓가락의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사랑의 도구'이자 '문화인의 도구'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롤랑 바르트는 이러한 젓가락을 새부리의 연장으로 보았다. 동양인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이 꼭 새가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젓가락은 음식을 아이처럼 부드럽게 어른다"며 젓가락을 '문화인의 도구', '사랑의 도구'라고 예찬하며 그 포용성을 강조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이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는 고양이가 발톱으로 쥐를 잡아 찢어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포크와 나이프를 고양의 발톱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다'고 말하고, 서양인들은 포크로 '잡고' 칼로 '썬다'고 말한다.

이처럼 서양은 음식을 만들 때 보통 고기 덩어리째 나와 먹는 사람이 그것을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구분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동양은 음식을 만들 때부터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젓가락 문화만 살펴 보더라도 '관계의 미학'과 '포용의 문화'를 알 수 있다. 작은 젓가락이 그 깊은 철학을 말해 주고 있다. / 송창희

'젓가락종주국' 위상 찾고

세계적인 한류상품 목표

"젓가락에 주목한 청주가 너무 부럽습니다. 세계인들이 한국하면 젓가락을 떠올릴 수 있도록 청주가 계획하고 있는 모든 행사들이 잘 진행되길 응원합니다."
서울 부암동에 국내 최초의 젓가락 갤러리 '저집'을 개관, 운영하고 있는 박연옥(52) 대표는 청주에서 들려온 젓가락 문화콘텐츠화 소식을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박 대표는 책갈피로 외국시장을 장악한 '굿월'을 운영, 해외출장을 자주하게 되면서 '현대생활과 접목되면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상품'을 찾다가 젓가락과 만났다.
특히 일본과 중국을 많이 왔다갔다 하면서 박 대표가 보기에는 별 것도 아닌 작은 것에 의미와 이야기를 담는 그들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 그에 반해 우리 한국의 전통문화상품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옛날 상품들을 재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까워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한국의 정신과 역사,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젓가락'이었고, 2013년 9월 국내 최초의 젓가락 갤러리 '저집'을 개관했다.
갤러리 이름 '저'는 '젓가락 저(箸)'와 한국에서 '나'를 낮추어 말할 때 사용하는 '저'를 사용해 지었다.
'저집'갤러리는 젓가락을 아이템으로 장인들의 기술을 접목시킨 나전칠기 젓가락, 마연칠 젓가락, 채화칠기 젓가락, 옻칠 수저세트 등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젓가락을 상품화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어려운 비즈니스를 선택한 것에 대한 과분할 정도의 칭찬과 격려, 응원이 박 대표를 사명감으로 무장하게 하고 있다. 갤러리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건네는 "오랫동안 지속해 달라"는 진심어린 당부와 아낌없이 주고가는 별의 별 아이디어에 진한 감동을 받고 있다고 들려줬다.
책갈피 사업을 하면서 자그마한 문화상품에 애착이 많았던 박 대표는 젓가락상품은 작지만 장인들이 들이는 공(功)과 세월을 머금고 있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젓가락은 오랜 세월동안 숙련된 기술없이는 나올 수 없는 '작지만 가장 한국적인 상품'인 것이다.
이런 '저집'갤러리 젓가락상품들은 밀라노엑스포에 전시돼 한국을 알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베트남, 중국 순방선물로 가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한국인 누구나가 태어나면서부터 사용하는 도구이자, 삼시세끼 우리들 밥상에 올라있는 젓가락을 통해 한국이 젓가락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찾고,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이 젓가락을 사랑하며 우아한 식사를 하기를 기대한다"며 '청주의 야심찬 도전'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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