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스토리 시즌2 중부매일·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 캠페인 나눔천사들의 계속될 마지막 이야기
조용히 1억 놓고간 팔순할머니부터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지난 1월 '기부스토리 시즌2'인 '이름 없는 천사를 찾아 떠나는 나눔여행'을 시작했다. 그사이 휘몰아치던 추위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무더위의 계절인 여름이다.

초록의 새 생명의 돋아남이 있었고 노랑·빨강·분홍빛으로 산천을 물들이던 봄꽃의 황홀한 향연도 봄바람에 스치듯 묻어간 듯 가물가물하다.

그 모든 시간의 기억과 느낌이 언제인 듯 아득하지만, 아직도 가슴과 마음의 긴 여운과도 같은 울림과 떨림으로 남아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름 없는 천사를 찾아 떠나는 나눔여행'에서 만났던 이들이 내게, 아니 세상 많은 사람에게 전했던 희망 가득한 나눔의 메시지다.

한국전쟁 때 월남해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청주에 자리를 잡고 이제는 팔순이 다 돼 은혜 갚는 마음으로 사랑의 열매(충청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와 이름도 신분도 밝히지 않고 1억원을 놓고 간 할머니의 감동 가득한 나눔부터 '기부스토리 시즌2'의 마지막 주인공이었던 OB맥주㈜ 청주지점의 톡 쏘는 청량한 나눔까지 아직도 여행의 여운이 그대로다.

때론 가슴을 설레게도 했고 어떨 땐 애절한 이야기에 마음을 눈물로 가득 적셨던 때도 있었다.

'자식 보낸 아버지의 단장(斷腸)…새 생명 꽃 피웠다'란 제목으로 찾아갔던 나눔 여행 그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나눔 천사'인 한 아버지 나눔은 지금도 내게 울림으로 남아 있고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다시금 그때를 잠시 떠올려 보려한다.

브라질 월드컵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축구 열기로 뜨거웠던 지난해 7월 어느 날 슬픔과 아픔이 가득한 얼굴의 50대 한 남성이 처벅처벅 발걸음을 옮겼다. 내딛는 발길마다 애달픔이 묻어났다.

무거운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듯 한 계단 한 계단 다다른 사무실 앞에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연 남성의 얼굴은 여전히 슬픔과 아픔이 가득 묻어났다. 손에는 작은 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마치 놓아줄 수 없다는 듯 사무실 안 사람과 손에 쥔 봉투를 번갈아 보는 그 얼굴의 애달픔은 더 짙어만 졌다.

'기부 좀 하고 싶습니다.' 나지막하고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게 그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봉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모금회 사무실 직원에게 건넨 봉투에는 2천만원이 넘는 성금이 들어있었다.

다시금 그가 나직하게 말을 꺼냈다. '아들 조의금(弔意金)입니다. 아픈 아이들을 위해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금회 직원들이 뭐라 물을 새도 없이 그는 발걸음을 돌려 애잔한 뒷모습만 남긴 채 시린 바람이 스치듯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아들 조의금입니다…'이 말을 내뱉을 때까지 그 아버지의 그 심정이 어떠했을지, 얼마만큼의 슬픔과 아픔을 견뎠을 지를 생각하면 아직도 내 가슴이 먹먹하다.

즐겁고 유쾌했던 여행도 많았다. 봄을 타는지 입맛이 뚝 떨어진 내 입맛을 되돌아오게 해준 청주우암시니어클럽 '할머니반찬가게' 고소하고 맛깔 나는 나눔이 그랬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어디가 됐던 달려가 함께하고 돕는 사랑의 열매 '음성군 나눔봉사단'을 만났던 여행이 그랬다.

또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의 보은(報恩)을 위해 한푼 두푼 모아 억척같이 살면서도 끊임없이 베풀고 나누는 서미정(50·여)씨와 '배움의 恨'을 나눔으로 승화시킨 충북아너소사이어티 25호 권광택(60) 환희개발 회장을 만난 '나눔 여행'은 커다란 깨달음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청주 '쉐프뉴욕'과 카페 '루앤비'를 운영하며 착한가게로 이웃과 함께하는 세상을 가꾸고 있는 구재문(43)·경희(39)씨 남매, 클릭 한 번이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매칭그랜트'로 모든 직원이 나눔에 동참하는 녹십자 음성공장 그리고 급여의 우수리를 뚝 떼어 아낌없이 베푸는 한국병원 직원들, 전국 모금회 최초로 '열매봉사단'을 만들어 지금도 그 어느 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을 조영인(54) 단장까지 모두가 여행지에서 만난 나눔의 벗이자 사랑으로 세상을 가꾸는 나눔 천사로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간직될 것이다.

'기부스토리 시즌2'인 '이름 없는 천사를 찾아 떠나는 나눔여행'을 이제 마치려 한다. 하지만 우리의 그 끝나지 않은 '나눔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 엄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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