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얼마 전 국내증시에서는 '10시 15분'의 공포라는 신조어가 난무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중국증시 개장 직전 사흘간에 걸쳐 평가절하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습적인 조치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증시와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그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 자체가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의지를 보여준 만큼 국내 및 글로벌 경기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중국 경기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일부는 이에 대해 경기 부양의 목적보다는 위안화를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경제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중국으로서는 위안화 가치를 낮추면서 수출경기를 부양하고 위안화의 위상강화도 함께 꾀하는 묘수를 찾은 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중국 경제가 호재든 악재든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성장률이 최대 0.17%포인트 떨어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 50개 나라를 대상으로 한국산 제품의 시장점유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신흥국 시장과는 반대로 선진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이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공격적인 진출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경제는 2분기에 사실상 제로성장에 머무는 등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출 주도 성장의 한계,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인구구조 변화, 미래의 기대성장률 하락 등이 중첩된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경기침체까지 가중되는 형국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

주목되는 것은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가 광복 70년을 맞이해 발표했던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대표성과 70선'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속성장을 이룬 원동력이 바로 과학기술이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1997년 IMF사태 이후 과학기술계가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개발에 몰두하면서 한국형 유망 기술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2000년부터 2010년대까지 국내에서 순수 기술자립을 통해 거둔 성과가 21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례는 전국 4% 경제실현을 추구하는 충북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단기적 처방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튼실한 경쟁력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중국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국정보고에서 심상치 않은 경기 흐름에 대한 대응책으로 창업과 혁신을 경제발전의 새 엔진으로 삼아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재도약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충청북도도 과학기술진흥에 역점을 둔 시책들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의 과학기술진흥 지원 조례 제정과 과학기술위원회 출범, 과학기술포럼 운영 그리고 금년 초 미래 100년 준비지원단 발족 등은 시의적절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자본 확충은 충북형 R&D 발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지역과학기술정책의 방향성이다. 디지털 경제와 초연결 사회 안에서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에너지 및 자원고갈, 기후변화 문제 등을 미래 핵심기술과 연계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찾고 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산학연관의 효율적인 거버넌스와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지역의 내발적 성장을 달성하는 일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