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주어진 여건이 열악하면 할수록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명주가 탄생되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꼬냑도 예외는 아닌데 보르도와 인접한 북쪽에 위치한 꼬냑(Cognac)지방은 보르도와 달리 와인의 질이 형편없는 싼 와인을 생산했던 곳이다.
 위니 블랑(Ugni Blanc)이라는 포도품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 산지였지만 포도의 당도가 낮아서 알코올 함유량이 낮고 산도가 높아 주목받지 못하는 와인을 싼값으로 네델란드나 영국으로 수출하던 포도산지였다.
 1630년경 꼬냑지방에서는 와인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오크통을 기준으로 하자 적은 세금을 내기 위해 증류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브랜디가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당도가 낮으면서 산도가 높은 와인은 증류를 하면 향기성분인 에스테르가 발산되어 와인의 향이 뛰어난 브랜디가 된다.
 아르마냑과 달리 꼬냑의 증류방식은 2차 증류를 하여 맑고 투명한 70도 정도의 오드비(Eau-De- Vie)를 생산한다. 오드비와 리무쟁(Limousin)의 오크나무가 만나 파라디라는 어두운 술창고에서 외부와 단절된 고독한 시간을 견뎌내면 호박색의 아름다운 빛깔이 눈이 부시게 투명한 우아함과 원숙한 향과 맛을 머금게 된다.
 오크통에서 천천히 세월의 향기를 머금으며 숙성되는 동안 술통사이로 조금씩 증발이 되어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게 되며 섬세한 부케가 점점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브랜디의 양이 즐어들게 된다. 이것을 천사의 몫(Share of Angel)이라고 한다.
 이렇게 잃은 양이 연간 2만병에 이르는데 이 알코올의 증기는 벽이나 술창고 바닥과 지붕에 붙어 검은 곰팡이를 피게 한다. 까브에 검은 곰팡이가 많을수록 세월의 흔적과 그곳의 습도와 영양분을 눈으로 측정할 수 있어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무게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꼬냑 중 유명한 루이13세는 시간의 흐름에 인위적인 브랜딩 기술을 넣지 않음으로서 50여년을 숙성하여 자연스럽게 알코올을 40도로 낮춘 브랜디이다.
 루이 13세는 값이 무려 3백 50만원을 호가하는데 50년이란 세월의 무게를 어찌 값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꼬냑은 법으로 11월말부터 다음해 3월까지 증류과정을 거치게 규제하고 있다. 향이 배어있지 않은 맑은 오드비를 오크통에 넣어 조금씩 공기와 접촉함으로서 알코올 도수가 서서히 낮아지는데 꼬냑 양조의 최종단계는 여러 다른해의 꼬냑과 다른 크뤼들의 섬세한 조합의 결과로 맛이 결정된다.
 전통적인 브랜딩 기술은 오직 그 회사의 까브마스터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제품도 한사람의 까브마스터가 관리하며 비법이 이어져 가는데 대를 이어 가문의 비밀로 지켜져 내려오고 있다.
 샤랑트강(Charente)의 젖줄이 흐르는 꼬냑지방의 브랜디는 절대 고독의 시간속에 어두운 지하의 공간에서 멈춘 듯 멈추어지지 않은 세월의 고통을 품고 견뎌낸 명주 중에서 명주이며 제왕의 술로 인생의 길과 닮아 숙연함이 느껴지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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