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단체들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부채로 재정난을 겪으면서도 축제와 행사 등 낭비성 이벤트를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재정운용으로 지방채무 부담에 대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얼굴을 내세울 수 있는 전시성 행사에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일 발표된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별 채무 잔액 현황(2012년~2014년)'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의 채무는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물론 경남과 전남, 충남 등은 채무를 줄인 곳도 있지만 광주와 인천, 서울을 비 롯 대부분 채무가 늘었다.

그러나 이는 순수하게 지자체가 가진 채무액으로, 지자체가 출연이나 출자한 지방공기업과 각종 공사, 공단이 가진 채무까지 합산하면 채무액은 더욱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전시성 이벤트가 우후죽순 격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기준으로 전국 자치단체의 축제와 각종 행사는 1만 1천865건이나 된다. 자치단체 1곳당 약 50건 꼴이다. 행사·축제에 쓰인 예산(추경 제외)은 2011년 9천544억 원에서 올해 1조 7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자치단체의 '전시성' 또는 '낭비성' 행정을 비판하는 여론에도 행사·축제경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와 여론의 감시를 피해 축제추진위원회와 같은 민간단체를 만들어 경비를 우회 지출하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우회 지출 등으로 인해 민간위탁금은 2010년 9조 9천억 원에서 작년 11조 1천억 원 규모로 불어났다.

이처럼 낭비성 지출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행사·축제 경비 절감 성과에 따라 주어지는 재정지원(보통교부세) 인센티브(보상)와 페널티(불이익) 강도를 2배로 높이고, 지방보조금 절감에 주는 인센티브는 2.5배 확대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방안을 제시하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년 초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방(지자체)파산제' 도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바 있다. 지자체 파산제는 무분별한 재정사업을 시행해 정상적인 행정 수행이 어려운 지자체의 빚을 중앙 정부가 청산해주는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부채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어선 지자체에 파산 선고를 내리고, 예산통제 및 사업·인력 구조조정 등의 칼자루를 휘두르겠다는 것이다. 지자체 파산제만 도입해도 자치단체장들의 무분별한 낭비성 행사 남발이 줄어 들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은 과시용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국제행사와 천문학적인 프로젝트에 지나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재정난을 겪으면 '지방채 발행'으로 어물 쩡 넘어간다. 지자체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빚부터 내려는 악습을 되풀이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중 지역에서 걷는 지방세로 소속 공무원들의 인건비도 대지 못하는 곳이 130여 곳(57%)이 된다. 재정부실이 되면 그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 갈 수 밖 에 없다.

자치단체장 스스로 축제와 행사를 자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가 예산과 인력운용에서 강력히 고삐를 쥘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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