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 추석은 고향에 가도 서로 왕래가 줄어 썰렁한 편이다. 대신 가족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연휴를 이용하여 지역 나들이를 하는 것이 큰 즐거움 중에 하나가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역의 볼거리, 먹거리를 찾고 즐기는 재미가 기대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이 십여 년이 넘다보니 지역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시설도 많이 좋아졌고, 축제도 많이 늘었다. 특히, 날씨 좋고 추석 연휴가 있는 가을은 지역축제를 하기에 최적이다. 제법 횟수가 거듭되며 이름이 나거나 완성도를 높이는 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어쩌다 지역을 찾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고, 애향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지역축제를 두고 말이 많다. 우선, 경제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이다. 투자 비용이 높은 축제조차도 정작 수익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고, 전체적으로 보아도 비용이 100 들어가면 수익은 30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또, 너무 비슷한 축제가 많고, 참여도가 낮아서 축제를 위한 축제로 존재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자체단체끼리 서로 경쟁을 하며 행사를 유치하다 보니 폐해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쯤에서 현재 지역축제가 십 년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주 장기적인 시각은 차치하고 십 년 후라도 바라보자. 과연 십 년 후에도 재정이 좋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많은 축제를 끌고 갈 수 있을까? 참여도가 낮고 서로 비슷한 축제들이 명맥을 이어갈까? 만약, 축제 중단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것에 뒤따르는 예산 낭비는 누가 책임을 지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세계적인 창조기업 구글의 경우에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로 유명한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큰 동력이 '미래에 무엇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역축제 문제를 사고할 때에도 현재에 매몰되고 치적 위주의 성급한 생각보다는, 당장 십 년 후라도 내다보는 질문들을 던지며 치열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더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하면 좋겠지만, 십 년 후만 생각하고 대비한다 해도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아울러 구글의 생각을 몇 가지 더 적용해 보면, 구글의 경우에는 처음에 잘못된 전략이나 계획은 반드시 망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처음 계획 단계에서 많은 토론과 상호 비판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잘못된 지역축제는 성공 확률도 적을 뿐만 아니라 철회하기도 어려워 애물단지가 될 확률이 크다.

또한, 구글의 경우는 결벽할 정도로 다른 것을 모방하거나 비슷한 것을 배척한다. 비슷할 것 같으면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지역축제가 비슷한 것을 양산하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고, 한 번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생각할 수 있는 지역축제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서로 대동소이하게 되지만, 최소한 컨셉이 같더라도 콘텐츠는 차별화하고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어느 면에서는 후대에 남을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소명의식이 있지 않으면, 그냥 별 볼일 없는 실패할 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역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잘 기획된 행사가 기본이지만, 여기에 시민 참여가 필수적이다. 가능하면 지역 시민을 넘어서서 여하히 외지 사람과 외국인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급증하는 외국인의 국내 방문과 연계하여 지역 축제가 이루어진다면, 다방면의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수익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 짧은 역사를 지닌 지역축제가 단번에 명품이 되기는 어렵다. 먼저 지역주민부터 될성부른 지역축제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 고장에 명품 지역 축제가 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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