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지난 9일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신시장 창출에 초점을 맞춘 총 32조원 규모의 내년도 경제혁신 분야 예산안을 발표했다. 물류·교통망 확충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예산은 줄이고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되는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수출활력 제고, 신산업 창출 등에 지원 금액을 늘렸다.

한편 미래부는 과거 성공적으로 추진된 초고속정보통신망, 광대역통합망 전략에 이어 새로운 네트워크 발전전략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초연결지능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첨단기술과 금융, 교통, 도시 등을 융합한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 저성장 기조 속에서 역동적인 경제생태계가 마련되도록 예산안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우리나라의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조되는 사회적 관심과 창업 열기에도 불구하고 창업 생존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 수는 2014년 8만4697개로 전년 대비 12.1%가 늘었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 수치다. 반면 2013년 기준 3년 후 생존율은 41%로 OECD 17개 주요 회원국 증 최하위에 그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창업 이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하고 좌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산업 환경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와 디지털 경제에 진입하면서 과거의 비즈니스 환경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는 까닭이다. 빨라진 기술진화에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미국 정보기술 자문회사 가트너(Gartner)의 지적은 매우 날카롭다.

디지털 비즈니스가 가져오는 파괴적인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 조사결과에서는 디지털 비즈니스 실행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 가운데 대다수가 과거의 비즈니스 전략과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간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진단했다. 2017년이 되면 불충분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로 인해 자신들의 성과목표 중 80%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디지털 비즈니스에서의 우선순위는 신기술 채택 방식, 고도화된 협업 환경 구축, 수요자 중심의 기술 구성 순이었다.

공공정책에서도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이끌어 나갈 강력한 기업가형 리더십이 요청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나타나듯이 앞으로 공급자 중심 R&D의 양적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현재의 과학기술 인프라와 협업을 위한 거버넌스 강화, 기술 수요-공급 간 정보 비대칭 해소 및 기술금융 확대 등을 통해 성장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충북에는 바이오 수도, 세계 3대 바이오밸리,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태양광특구, 제천자동차부품산업클러스터, 옥천의료기기클러스터, 항공MRO 그리고 최근 태양광기술지원센터, 건물에너지기술지원센터, 대용량ESS시험평가센터, 기후환경실증센터, 유기농 특화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과학기술 자산과 정책, 인력들을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풍성하다.

결국 지역의 디지털 비즈니스 리더는 유용한 구슬(자산)을 선별하는 능력과 이들을 잘 꿰어 지역발전에 기여할 보배로 만드는 탁월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주요 기술변화가 기업, 문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들을 면밀히 살피고 이에 걸맞는 신축적인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어쩌면 지역 간 성장격차가 디지털 비즈니스 리더의 존재 유무에 의해 갈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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