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각종 행사가 다양하게 펼쳐지는 축제의 계절이다. 학교별 동문체육대회를 비롯해 시·군단위의 축제는 물론 광역자치단체와 정부 차원의 행사에 이르기까지 즐비하다.

특히 박람회는 특정 산업과 관련한 자랑할 만한 제품들이 출품되고, 체험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이 입체적으로 진행되어 기술과 문화, 전통산업과 신성장산업, 국가와 국가 간 교류의 장이 펼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융복합이 실현됨과 동시에 축제의 장이 되는 종합예술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박람회에서는 국제컨퍼런스가 정례적으로 개최된다. 사업이나 기업관련 문제에 대한 토론과 회의를 의미하는 비즈니스컨퍼런스는 지역과 국가의 산업발전과 국가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주요 행사로서, 9월 괴산유기농엑스포와 청주공예비엔날레, 10월 화장품뷰티엑스포 등의 국제행사 프로그램에도 국제컨퍼런스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반영되고 있다. 섹션별로 특화된 컨퍼런스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신기술과 시장동향, 미래기술 방향, 자국의 선진기술 및 제품 수준에 대한 발표와 함께 활발한 토론이 진행된다. 나아가 기술거래 또는 수출입 협약까지 성사되는 사례가 빈번하여, 대기업을 비롯한 유수한 기업들이 더욱 관심을 갖고 빠짐없이 참가하기도 한다.

최근 바이오의약 및 의료기기산업이 주요 지역과 국가산업의 중심축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간의 글로벌 기술협력 행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럽도 종전 자국 기술 보호차원에서 폐쇄적 정책으로 일관해 오다 EU 출범과 단일 통화 실현으로 국가 간 공동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컨퍼런스가 여러 형태로 개최되고 있다. 범유럽 R&D네트워크 Eureka 등 EU 산하 EEN네트워크를 통한 기술협력 국제행사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의 경우, 박람회 참여가 대부분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의존하여, 지원이 없으면 참여도 단절되어 일회성으로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다. 해외 바이어들과의 교류가 빈번하고, 한 번 인연을 맺은 바이어들이 나날이 발전해 가는 기술과 제품의 변화상을 직접 확인하면서 신뢰가 구축되고 이를 계기로 성사된 수출이 곧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물건 하나 사는데도 여러 번 저울질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데 다른 국가로 수출하는 중대한 일을 한 번의 만남으로 성사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청주공항과 KTX 오송분기점 등 교통의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첨단의료를 포함한 바이오와 IT산업 등 국가 첨단산업의 요체로 우뚝 서고 있는 충북이 WTO 확대에 따라 향후 세계 각국과의 교역 확대를 고려하면 MICE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행사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설립한 인프라가 행사 종료와 함께 철거 또는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더욱 절실하다. MICE산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각종 전시회, 상담회 등도 만남 자체를 교역으로 중히 여기는 '기다림의 미학' 또한 간절하다.

개회식 참석인원과 참석한 고위급의 의전에 소홀함이 없는지가 성공처럼 비춰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큰 기대에 비하여 오히려 실속이 없는 것에서 탈피하여 합리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먹을 것 있는 소문난 잔치'로의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전시적 성과중심의 일과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적 교류가 선행됨으로써 한 번 찾은 바이어와 기업인 그리고 전문가들이 큰 만족을 얻고 재방문하여 성과를 내는 박람회와 컨퍼런스를 기대한다. 유기농, 뷰티, 전통 한방, 공예 등 충북이 지속적이고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박람회의 주제가 전세계 인류의 보편적 관심사이기에 선점효과를 거양하는 측면에서도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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