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청권에 대한 정부의 예산홀대가 수치로 드러났다. 지역발전특별회계(이하 지특회계)를 기준으로 충북과 대전은 TK의 본산이라는 대구에 비해 절반수준이었다. 지역산업거점기관지원사업도 영남과 호남이 거의 독식한 반면 충청과 강원은 쥐꼬리만 한 예산이 배정됐다. 그나마 대전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정권차원에서 특정지역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주기도 했지만 충청권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예산확보를 위해 거의 뛰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국회의원선거구획정을 앞두고 지역주권지키기 의원모임소속 충청권 여야의원들은 자기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집회까지 열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을 위한 예산확보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지역발전사업의 효율적 재정지원을 위한 지특회계 내용을 살펴보면 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남권에 대한 정권차원의 선심성 예산편성 의혹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충남 천안을)이 어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 지특회계 지역별사업예산(안)' 8천523억 원의 정부안을 보면 대구 940억원(11%), 경북 787억(9.2%), 경남 779억(9.1%), 전북744억(8.7%), 전남 712억(8.4%), 광주 655억(7.7%), 부산 646억원(7.6%)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충남은 534억(6.3%), 강원 493억(5.8%), 충북 474억(5.6%), 대전 399억(4.7%)이었다. 예산배정을 보면 충남북 모두 합쳐야 대구수준과 비슷하다.

지역산업거점기관지원(창의, 시스템, 소재)사업비는 대구·경북이 39.6%, 지역특성화산업육성예산은 전북, 경남, 대구가 절반이 넘는 55.6%를 가져갔다. 이 때문에 "예산만 보면 우리나라는 영·호남 공화국"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특예산 배정에 원칙과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구비례에 따라 균등하게 배정됐다면 충청·강원이 이처럼 적을 이유가 없다. 영남과 호남이 충청·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기 때문에 지역발전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한 것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오랫동안 정권 창출한 기간에 비례해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 지특예산도 영·호남에 유리하게 배정된 것은 정치적인 배경때문이라는 의혹을 배제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이 이처럼 홀대받고 있는 것은 지역 국회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충북은 3선 이상 다선의원이 즐비하지만 예산확보에는 별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부처의 문턱이 닳도록 열심히 다니며 예산확보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의원도 보이지 않는다. 충청권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작은 지역행사까지 빠짐없이 참석할 시간에 예산확보에 올인 했으면 지특예산 배정이 이처럼 초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죽하면 지역에서 다선 국회의원 물갈이론이 제기될 정도다.

정부는 특정지역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지역간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 지역 국회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은 더 이상 '예산홀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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