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글날, 우리의 자화상] 젊은층·온라인서 확산, 맞춤법 무시 신조어 난무 어른들과 세대 단절 부추겨 … 단어 뜻 망각 '우려' 담당교사·학부모, 바른말 쓰기 세심한 지도 필요

'복세편살 나씨나길!... ㅇㄱㄹㅇ ㅂㅂㅂㄱ'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자신의 SNS 알림말에 남긴 글이다. 얼핏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복세편살 나씨나길'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나는 나대로 나만의 길을 간다'는 뜻이다.

'ㅇㄱㄹㅇ ㅂㅂㅂㄱ'는 오타가 아니다. '이거레알(진짜) 반박불가'라는 말의 초성만 뽑아 사용하는 신조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날이 제569돌을 맞았지만 '외계어'라고 불리우는 신조어가 젊은 층과 인터넷 등에서 난무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신조어들은 한글맞춤법에 어긋나 언어파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친구들간의 동질감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쓰고 있다고 주장해 담당 교사나 학부모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 등에서 사용되는 신조어 등을 살펴보면 '낄끼빠빠(낄데 끼고 빠질때 빠져라)', '애빼시(애교 빼면 시체)', '고답이(고구마를 100개 먹은 것 처럼 답답한 사람)', '가싶남(가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남자)', '번달번줌?(번호 달라면 번호 줌?)'등이 사용되고 있다.

고등학생 윤지웅(16·청주시 복대동)군은 "처음엔 인터넷에서만 이런 용어를 쓰곤 했는데 최근에는 학교나 집에서 이러한 말을 사용하곤 한다"며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이상한 말을 쓴다며 혼내지만, 친구들끼리 있을때는 나도 모르게 신조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담당 교사들의 고민 또한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 있을 때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훈계가 가능하지만, 방과후나 인터넷 용어에 대해선 제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김모(41·여)씨는 "수업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는 학생들의 언어사용에 대해 크게 지적하는 경우가 많지만 순간일 뿐, 하교 이후 학생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말 공개한 2014년 신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7월1일부터 지난해 6월 30일 일간지, 방송 뉴스 등 대중매체를 바탕으로 조사한 신어 중 단어는 246개였고, 이 중 97%인 239개가 명사 또는 명사구였다.

신어 단어만을 대상으로 해 조어법에 따라 살펴봤을 때 복합어 중에서도 합성어가 66.67%로 가장 많았다.

이 중에서 두 단어에서 일부 형태만을 가져와 만들어진 혼성어가 26%로 가장 많았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여름에 더운 대구를 아프리카에 비유한 말)', '갓수(GOD+백수, 일반인보다 풍족한 무직자)' 등이 그런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온라인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조어들은 청소년의 대화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른이 늘어나면서 세대간의 단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어파괴 현상이 이어지면서 단어 속에 담겨 있는 속 뜻을 망각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국어문화원 관계자는 "실제로 젊은 세대들은 학생들이 언어 파괴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언어파괴를 막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담당교사나 학부모들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류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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