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상영 영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세계경제는 위기의 변곡점에서 발전의 기회를 맞기도 하고, 급성장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위기는 경기관련 지표들의 상승, 과열보다는 하락, 침체되는 시점에서 터지곤 한다. 1920년대 대공항도 공급이 중시되는 경제 환경에서 대량 생산에 의한 경제호황을 맞는다. 그렇지만 물가하락이라는 악재가 고착화되면서 대공황이 발생하게 된다.

 물가하락은 돈의 가치를 상승하게 하므로 부채의 가치까지 상승시킨다. 따라서 소비를 감소하게하고 결과적으로 경제 침체를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물가하락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1970년대 석유파동에 의한 경제위기도 외형적인 원인은 유가 폭등이었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미국의 저금리정책에 의한 달러 유동성 문제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정설이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의 원인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저금리정책과 주택보급률 확대 정책으로 인한 주택가격의 폭락으로부터 촉발되었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1997년 한국의 IMF 경제위기도 단기적인 외환위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많은 기업들이 무너져 경제위기의 조짐을 보였지만 당시 한국의 거시경제지표가 IMF 체제에 들어갈 정도의 위기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경제의 축적된 구조적 모순에서 발발된 경제위기였다는 시작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는 3년 간 연속, 부채의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상장사의 3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기업을 한계기업 또는 '좀비기업'이라고 부른다. 최근 5년간 기업의 손익분석결과에 따르면 2014년도에 이자마저 갚지 못한 기업이 전체의 29.9%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좀비기업들이 결국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외관이 될 것이므로 퇴출시키겠다는 논리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골든타임이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시점이므로 정부정책 의지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특히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문제점을 들춰내는 것은 투자자 보호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즉 좀비기업을 퇴출하기 위해서는 단호하고 확정적인 퇴출 정책이 필요하다. 항상 정부는 퇴출을 결정하기 이전에 기업의 회생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약삭빠르게 이용하는 기업도 많기 때문이다. 은행으로부터 구조조정 기업으로 지정되면 대출만기 연장, 이자율 대폭 감면, 일부 부채 탕감 등 기업 회생을 위한 정책이 함께 진행된다.

 따라서 퇴출되어야 할 일부 기업이 정부지원을 통해 정상화하고자 하는 필요성을 갖지 않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예컨대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채무를 대폭 탕감 받는 경우에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좀비기업의 퇴출과 함께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에 관리에 대한 책임도 강화되어야 한다.

 국내 유력 경제일간지에서는 은행차원의 선제적 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채권에 따른 영업실적 감소로 은행 지점장의 평가가 나빠지는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일종의 '면책'을 주는 방안이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물론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 금융기관 또는 금융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은행의 잘잘못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된다.

 최근 정부는 부실기업, 부실대학, 부실공공기관 그리고 과당부채의 부실가계 등 부실한 경제주체의 퇴출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경제위기 원인에는 부실은행, 부실정책이 가장 지배적이었다는 것도 인지해야 한다. 부실기업을 퇴출하는 정책을 수립하면서 부실채권 회수로 인해 은행 지점장이 평가 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우려하는 찜찜한 좀비기업 퇴출 정책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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