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요즈음 가히 쿡방이 대세입니다. 요리와 관련된 TV프로그램을 말하는데요. 예전의 요리프로그램이 단순히 식재료와 요리 레시피에 대한 정보전달이 주목적이었다면 요즘의 요리프로그램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접목해 '쉽고 간편하고 빠르면서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요리'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쿡방의 열기에 힘입어 직접 요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고, 요리를 기피하던 사람들도 다시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됨에 따라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메르스와 경제불황 등으로 침체에 빠진 외식업계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로 식품사업진출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외식업계에서는 종전, 매장에서 단순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이 주였다면 이제는 중앙집중식 주방시스템을 설립해 일반 가정에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반조리형태의 가공식품들을 전략적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유명프랜차이즈점에서 외식으로 먹던 음식들이 이제는 반조리식품으로 가공되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유명한 식당들의 히트메뉴들이 RTC(ready to cook 빠르고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식품, RTH(ready to heat 간단하게 가열만 하면 먹을 수 있는)식품으로 출시되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쿡방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셰프들을 브랜드화해 출시한 가공식품들이 홈쇼핑과 온라인쇼핑에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가공식품에 대한 열기는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글로벌 식품시장의 규모는 연간 4조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한국의 주력수출품목이자 국가전략품목인 반도체 시장의 12배로 추산됩니다. 더 이상 식품산업은 국내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되고, 세계와 경쟁을 해야 합니다. 한국의 차세대 핵심 국가성장동력으로 식품산업을 주목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습니다.

식품산업의 핵심은 가공식품이며, 글로벌 식품시장에서도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글로벌 가공식품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식품클러스터 확대가 필요합니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규제완화가 필요합니다. 민간기업과 연구기관들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식품가공업체들에 대한 인큐베이팅과 스타브랜드 육성이 필요합니다. 유통구조에 대한 혁신도 필요합니다. K-pop 등의 한류를 적극 활용하는 등 다른 산업계와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주어진 조건과 상황들에 대한 주도면밀한 연구도 필요합니다. 가공식품강국인 일본이 원전사태로 인해 수출이 감소하고 일본산식재료 수입제한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이 때, 가까운 중국과 러시아의 광활한 시장을 파고 들어야 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지만,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합니다. 한중FTA로 인해 관세의 장벽은 철폐가 되지만, 오히려 비관세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국산업의 보호와 국민건강을 구실로 내걸고 통관을 강화하고 위생검열기준을 높이고 있으며, 각종 인증제도의 취득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우회해서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식품업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전문인력과 자본, 노하우가 부족해 수출 초기단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현지정보와 제도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하며, 수출대상국의 법과 제도들을 모니터링해 주어야 합니다.

예전의 식품관련 사건사고들이 식품제조업자의 무지와 부주의에 기인했다면, 최근의 식품사고들은 관계당국의 미숙한 대응과 언론의 과장보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체계 등에 기인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만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입니다. 식품기업 종사자 전체의 윤리의식 재무장이 필요하고, 국민건강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식품가공산업은 단순히 식품뿐만이 아니라 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산업이고 고용창출과 수출증진 등 막대한 부가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국가성장동력산업입니다. 식품산업, 특히 가공식품산업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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