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의 어부를 찾아서] <7> 옥천 금강자율관리공동체 손승우 지부장

"요즘 같은 대가뭄은 살다가 처음 봅니다" 배를 띄운 어부 손승우씨의 첫 마디다. 대청호 상류지역인 옥천군 안남면은 가뭄의 피해가 가장 크게 다가온 지역으로 예년에 비해 물고기 수확량이 20%도 되지 않는다.

옥천군 장계리. 충북에서 몇안되는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대청호에서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손승우(45) 옥천 금강자율공동체 지부장이 살고 있는 곳이다.

옥천 안남면이 고향인 송 지부장은 서울 등에서 자영업 등을 하면 객지생활을 했으나 10여 년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이곳에 정착했다. 고향에 정착했을때 쏘가리 매운탕전문점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그곳에 길이 나는 바람에 인근으로 옮겨 내부수리가 한창이다. 음식점을 열었는때는 자리가 손님이 워낙 많아 잘 운영됐으나 이제는 고기도 잘 나오지 않는데다 블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 때문에 토종어종도 만나기가 힘들다.

그가 어부가 된 것은 5년밖에 되지 않지만 누구보다 어부에 대한 생활에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그냥 매운탕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재료를 자급자족하려고 어부생활을 시작했으나 이제는 어엿한 전문 어부가 됐다. 옥천 금강 자율관리공동체 손승우 지부장을 만났다. / 편집자

가뭄으로 수심이 낮은 곳에서 활동하는 수달이 자주 출몰해 기껏 쳐 놓은 그물이 훼손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 가뭄에 속타는데 수달까지 '이중고'

2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옥천 금강 자율관리공동체는 각망과 자망으로 고기를 잡는다.

각망으로는 장어, 빙어 쏘가리 등을 잡고 자망으로는 붕어 등을 잡고 있다. 뱀장어 쏘가리, 빙어, 잉어 등이 많이 잡혔지만 현재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사실상 배띄우는 것 자체도 사치다.

손 지부장의 배인 소양강호를 띄우기 위해 엔진을 돌려봤지만 워낙 가뭄이 심해 스쿠류가 바닥에 닿아 배를 밀은 뒤 스쿠류를 돌려 겨우 부표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다.

손 지부장이 어제 처놓은 그물을 건져 올리기 위해 그물을 잡아 올리자 붕어새끼 몇마리가 따라올라왔다. 그나마도 수달이 그물을 찢어 붕어를 뜯어놓은 상품성이 전혀 없는 물고기만 올라왔다.

이처럼 손 지부장은 요즘 가뭄뿐 아니라 수달과 씨름하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심이 낮은데 활동하고 있는 수달이 이곳까지 찾아와 그물을 훼손하고 그물안에 있는 물고기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수달은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잡지도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오늘도 물고기구경은 커녕 훼손된 그물을 보수해야하는 걱정이 앞섰다. 어부이면서 매운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손 지부장은 여름의 경우 오전 5~6시께 대청호에 나가 1~2시간 그물을 치는나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으나 수위가 낮아 그나마도 하지 못하고 있다.

# 수입과 어획량 예년에 비해 5분의 1수준

"지난해는 그나마 장어와 쏘가리가 많이 잡혔는데 올해는 손가락만 빨고 있습니다. 겨울에 빙어가 얼마나 잡힐지 모르지만 답답합니다."

지난해 손 지부장은 쏘가리의 경우 100kg 장어 250kg 정도 잡았는데 올해는 쏘가리 10kg 장어 50kg밖에 잡지 못했다. 물고기 시세는 그대로 인데 잡히는 양이 적어 수입도 5분의1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비가오지 않아 수심이 낮아 그전에 비해 물고기 양이 많이 줄었습니다. 일부 회원들은 아예 배를 띄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고기가 잡히지 않아 배 운영비도 대기 힘들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상류지역의 경우는 이곳보다 더욱 심각합니다. 상류는 물이 너무 많이 빠져 배를 띄우지 못하고 조업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부들은 올해가 아마 최악의 상황일 것입니다."

역시 이곳도 오래된 가뭄 해소가 최대 화두였다. 이곳 대청호경우 평소 수심이 18m 정도였는데 현재는 8m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어서 어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부 경력 5년…. 끝없는 가뭄으로 말라가는 대청호 사이로 손승우씨는 오늘도 세찬 물보라를 일으키며 출어에 나선다.

# 내달 중순부터 빙어철인데 '한걱정'

옥천의 경우 빙어가 제법 많이 잡힌다.

매년 강원도빙어축제, 인천 등 다른 지역에 옥천에서 잡히는 빙어를 대고 있어 그동안 제법 쏠쏠했다. 사실상 충북 옥천의 빙어가 전국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 중순이면 빙어철인데 가뭄 때문에 빙어잡이가 어떨지 걱정입니다. 매년 10여톤 정도 잡고 있는데 올해는 가뭄이 너무심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빙어철이 다가오면서 옥천의 자랑인 빙어가 한철이지만 손 지부장은 걱정부터 늘어놨다.

"가뭄이 최악이어서 수심이 얕아 올겨울 빙어잡이를 망치게 되면 생업으로 하고 있는 어부들은 사실상 생계가 막막합니다."

올해 대청호 어부들은 가뭄과 생활고 등 이중고를 겪으며 최악의 한해는 보내고 있는 셈이다.

# 정부, 내수면 지원에 더 관심 가져야

"노후선박수리비가 300만원 정도 지원되는데 이것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원이 많지 않다보니 회원들간 모이기도 어렵습니다."

손 지부장은 해수면에 비해 내수면 어업인들의 지원에 대해 정부의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고 밝혔다. 옥천 금강 자율공 외래어종 퇴치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예산이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청호는 블루길과 배스의 비율이 약 7대3 정도 됩니다. 매년 외래어종 퇴치작업과 폐기물처리 등 환경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터전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손 지부장은 매년 불루길, 배스 등 외래어종은 8톤 정도 잡을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 현재의 1kg당 4천200원으로 책정돼 있는 외래어종 퇴치 예산으로 4톤정도밖에 잡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어부들이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장어 쏘가리 치어 방류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의 경우 자율관리공동체 육성사업에 제외돼 각종 지원이 한계가 있습니다. 내수면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야 고기도 많이 잡고 소득도 올라가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원 금액도 전무해 자율공동체 모임도 회비를 걷어서 하고 있는 실정인데다 물가에 비례해 지원사업비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라고 귀띔했다.

"비가 많이 와야 어부들이 한숨 돌릴 수 있고 고기도 많이 나와 소득도 올릴 수 있는데…"

손 지부장의 깊은 한숨은 대청호에서 생계터전을 잡고 있는 어부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 기획취재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기획취재팀= 김정미 팀장, 박재광, 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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