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의 어부를 찾아서] <8> 충주호 어부 김용진씨

충주호의 찬바람을 맞으며 장어 잡이에 나선 아들 김용진씨와 어머니 남점순씨는 돌아오는 내내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충주호 어부 김용진(42) 씨 집은 충주 계명산을 등지고 충주호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충주시 종민동(충주호수로 850) 그의 집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가면, 충주댐 본댐 상명오(옛 지명) 인근 2km가 조업 구역이다.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 충청북도지회에 소속된 충주지역 공동체는 모두 세 곳. 충주공동체와 충주쏘가리공동체가 본댐을 중심으로 조업하고 있다면, 중앙탑공동체는 보조댐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충주 쏘가리 공동체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너른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총각어부 김용진 씨를 만났다. / 편집자

주낙을 끌어올리자 배가 휘청거릴 만큼 거센 장어 한 마리가 따라 올라온다. 허탕을 칠 때도 많은 요즘 같은 때 한 마리만 잡혀도 감사하다.

# 바람은 멀미를 동반하고

평소보다 바람이 적은 날이었다. 며칠째 소심한 빗줄기가 드문드문 지나갔지만 오전 비 소식은 없었다. 단단하게 옷을 갖춰 입은 남점순(66) 씨가 어구를 이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남편 김길수(74) 씨 대신 아들 용진 씨가 어머니를 뒤따랐다. 선착장은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종댕이길 데크 아래에 위치해 있었는데 데크를 따라 왼쪽으로 1.1km를 가면 충주댐 물 문화관이, 방향을 돌려 오른쪽으로 3.5km를 가면 심항산 입구가 나온다.

"오늘은 그래도 날이 괜찮네. 여기는 골이 깊어서 바람이 세거든. 배를 타면 추워서 옷을 단단하게 챙겨 입어야 해요. 춥기만 한가? 멀미도 대단해. 한번 나가면 몇 시간 동안 배 위에 있어야 하니까 만날 골 아프지."

남점순 씨가 기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꺼낸 말이었다. 어부 인생 15년 아들도, 25년 배를 탔던 어머니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바람을 꼽았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면 노를 저어 방향을 잡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용진 씨네가 허가 받은 어구는 연승어업, 즉 주낙이다. 미리 쳐 놓은 장소에서 그물을 건져 올리는 각망이나 자망과 달리 주낙은 긴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 놓은 가짓줄을 내리고 끌어올려 고기를 잡는다. 한 사람은 노를 저어 방향을 잡고 또 다른 사람은 낚싯줄을 내리거나 끌어올리는 일을 한다.

내수면어업 가운데 전통 방식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고기잡이 방식이 주낙이다. 낚시 바늘 간격은 2미터, 강돌 추는 12미터 마다 하나씩 매달고 있다. 낚시 바늘 200개가 한 판이다. 끊어지거나 짧거나 녹슨 줄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길다. 용진 씨네 가족은 납추 대신 강돌을 사용하며 친환경적 고기잡이 방식을 고수한다.

# 어구 준비만 족히 4시간

"고기잡는 '감'을 잊지 않으려면 꾸준하게 배를 타야 합니다. 겨울과 이른 봄을 제외하고 매일 배에 오르는 이유죠."

배에 오른지 십오년이 지났지만 호수의 상태와 물고기의 움직임은 언제나 예측불허였다. 날씨에 따라, 바람에 따라, 기온에 따라, 물의 깊이에 따라 올라오는 물고기의 양이 달랐다.

"바다 어민들도 마찬가지지만 여러 변수에 따라 어획량이 매번 달라집니다. 계속해서 다른 패턴으로 시도를 해봐야 합니다. 며칠 동안 한 마리도 나오지 않다가 하루만에 달라질 수도 있거든요. 바위가 많은 암초지역이나 수심이 얕은 갯벌지역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가뭄과 장마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옛날 어르신들은 절기를 많이 따졌는데 지금은 꼭 들어맞는 것 같지 같아요."

그날도 족히 3~4시간을 들여 어구를 손질했다. 손이 날랜 사람은 한 판의 주낙을 손질하는데 2시간이 걸린다. 두 판을 준비하려면 4시간이 필요하다. 일상은 매일 반복됐다.

이른 새벽 6시, 30분 동안 배를 몰고 허가구역으로 가서 고기를 건진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 3시간을 배 위에 있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숙련된 세 가족이 모여 어구를 손질한다. 준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해가 짧은 요즘은 오후 1시께 다시 호수로 향하고 있다.

새우망 통발을 걷어 올려 생미끼용 민물새우를 잡는 것이 하루 고기잡이의 시작이다. 미끼를 낚시에 일일이 끼워 다시 물속에 넣는 데만 3시간이 걸린다. 하루 6시간 이상을 물 위에서 보내야 하는 일상이다. 주낙은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일보다, 어구를 손질하고 다시 물속에 내리는 일이 고되다.

노를 내려 놓은 남점순씨와 아들 김용진씨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모자는 15년째 강바람을 맞으며 함께 조업에 나서고 있다.

# 민물장어와 메기를 잡아요

주낙의 대상어종은 민물장어와 메기다. 충북의 대표적 고급어종은 쏘가리와 민물장어. 용진씨가 가업을 잇기 전까지만해도 아버지는 자망으로 고기를 잡았다.

어구에 따라 잡히는 어종도 다른데, 자망은 주로 쏘가리와 붕어, 잉어가 많이 올라오고 각망은 모든 어종을 다 잡을 수 있다. 주낙은 장어와 메기, 동자개(빠가사리)가 목표다. 가끔 잉어도 낚시바늘을 물지만 빈도가 매우 적다.

바람 잔잔했던 날, 어머니와 아들은 내심 기대에 부풀었다. "오늘 얼마나 많은 장어가 올라올지 알 수 없어요"라고 말했지만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바람이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주낙을 놓았던 위치로 배를 몰았다. 엔진소리도 힘찼다. 목표지점에 다다르자, 어머니는 노를 잡았다. 아들이 낚시줄을 끌어올리는 사이 방향을 잡기 위해서다.

한참을 작업했지만 큼지막한 민물장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작은 놈 한 마리를 겨우 잡아 올렸을 뿐이다. 낭패였다. 부지런히 나갈 때마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날은 정말이지 힘이 쭉 빠진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요."

노를 내려 놓은 남점순씨가 허허롭게 웃으며 말했다. 아쉬움이 느껴졌다. 미끼값, 엔진 기름값, 들인 시간도 아깝지만 빈 어구도 똑같이 손질해줘야 하니 말은 해 무엇할까.

"애들 아버지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강 비린내 때문에 같이 배도 못 탔어요. 물고기도 못 먹었지. 먹은 지 얼마 안돼요. 처음에는 바깥양반이 혼자 하다가 25년 전부터 내가 같이 하고 있어요. 얼굴이 새카맣게 그을리고 기미가 올라와 속상했는데, 이거 해서 애들 가르치고 대학 보내는 거 생각하면서 보람을 찾았지."

오후 일과 시작과 함께 아들 김용진씨를 대신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배를 타고 나선다. 장어낚시를 전용으로 하는 주낙은 하루 전 낚시 바늘을 내려놓고 다음날 새벽에 걷어 올리는 작업을 반복한다.

# 민물장어 잡이 '어부의 꿈'

얕은 바람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물 변동에 따라 올라오는 고기의 종류나 양이 달랐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이었다.

"장마 때, 물의 변화가 심할 때는 장어 10kg을 잡아 올린 적이 있어요. 좋은 기억이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진 않아요. 주낙 두 판이면 낚시 바늘만 400개인데 새우를 잡아서 일일이 끼워 넣는 수고를 해도 겨우 잡고기 한두 마리 올라올 때도 많거든요. 그래도 꾸준하게 합니다."

어린 시절,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충주댐이 건설되고 아버지의 고향, 충주 종민동 일부는 물에 잠겼다. 그 물 위에서 아버지는 어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고생하는 부모를 바라보며, 대학을 졸업한 아들도 어부의 길을 선택한다. 주낙을 택한 것도 고급어종을 잡기 위해서 였고, 아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몇 해 전, 그림 같은 장소에 집을 지어 소문난 매운탕 집까지 운영하며 생활도 넉넉해 졌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아직도 짝을 만나지 못해 총각어부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부모는 물고기 잡느라 세상과 동떨어진 아들 보는 마음이 시리다. 며느리만 들어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도 했다.

어부의 길을 걷는 청년의 소박한 꿈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충주호를 지키는 것이다. 아침 조업은 비록 심심했지만, 호수에는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 용진 씨가 다시 주낙 판 앞에서 어구를 손질하는 힘이다. / 기획취재팀



내륙의 어부들이 사용하는 어구 세가지

국립수산과학원(www.nifs.go.kr)에서 소개하고 있는 어구어법은 바다 어구가 중심이다. 내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보니 체계적인 내수면 어구법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구와 어법의 특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수면어업은 하천과 댐, 호수, 저수지와 인공으로 조성된 담수나 기수의 수류 혹은 수면을 뜻하는 내수면에서 수산 동식물을 포획하고 채취하는 사업 또는 양식사업을 말한다.

내수면어업법에 따르면 양식어업·정치망어업·공동어업·조류채취어업은 시장·군수·구청장의 면허를 받는 면허어업이고, 자망어업(걸그물어업)·종묘채포어업·연승어업(주낙어업)·패류채취어업·낚시업·낭장망어업·각망어업은 허가를 받는 허가어업이다.

충북 내수면 어업종사자들과 어구어법 전문가인 중앙내수면연구소 신종근 박사의 도움을 받아 내수면 어구의 특징을 정리했다.

▶각망= 각망을 설치해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어업을 각망어업(角網漁業)이라 한다. 충북에서 만난 어부들은 각망을 정치망이라고도 불렀는데, 일정한 곳에 망을 설치한다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정치망어업은 면허어업, 각망어업은 허가어업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정치망어업(定置網漁業)은 일정한 수면을 구획해 어구(漁具)를 한 곳에 쳐놓고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어업을 통칭하는 말로, 각망은 정치망이라는 대분류 속의 소분류로 볼 수 있다. 각망 자루그물의 수에 따라 일각망, 이각망, 삼각망, 사각망으로 세분화된다.

▶자망= 자망을 사용해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어업을 자망어업(刺網漁業)이라고 한다. 내수면 어업법이 정하는 허가어업이다. 수건 모양의 그물을 강이나 바다에 설치하는데 설치하는 방법에 따라서 그물을 고정해 놓으면 고정자망(고정걸그물), 물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은 유자망(流刺網, 흘림걸그물)이라고 부른다. 고정자망은 민물에서, 유자망은 주로 바다에서 사용한다.

▶주낙= 연승어업(延繩漁業)이라는 말이 더 일반적이다. 연승어업은 주낙을 사용해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어업을 말하며 허가어업이다. 한 가닥 긴 줄을 뜻하는 모릿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짓줄(아릿줄)을 달고 그 끝에 낚시를 달아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바다에서는 장어, 복어, 도미, 볼락, 가자미가 대상어종이고 민물에서는 민물장어를 잡는데 사용한다.

※자료 및 도움말: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기획취재팀= 김정미 팀장, 박재광, 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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