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한미약품이 일을 냈다. 우리나라의 제약사(史)를 새로 쓴 것이다. 우리나라가 신약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동시에 2015년을 대한민국 제약 100년사에서 신약개발 강국의 원년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스펙트럼과의 비공개 체결 건을 제외하더라도 3월 일라이 릴리, 7월 베링거인겔하임, 11월 사노피 및 얀센 등과 계약금 7천여억 원 그리고 미래 수입(임상, 허가, 상업화에 따른 개발단계별 기술료) 7조원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판매 로열티가 두 자릿수 비율로 추가 유입된다. 이로써 올해 매출 1조3천억 원 이상이 기대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바이오 관련 기업이 늘 각광받는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번에 대박을 터트린 퀀텀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던 2~3년 전은 적자상태였다. 얼마 전에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되고 나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유는 영업이익이 71% 감소한 때문인데 매출대비 19.7%인 481억 원을 R&D에 집중 투자한 것과 메르스 영향에 의한 국내 영업부진이 겹친 결과였다. 한미약품 어닝 쇼크는 다른 제약사 주식들의 투매를 야기했다.

최근 한미약품이 보여준 잇단 기술수출 쾌거는 국내 제약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버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지 못했던 제약기업들을 재평가하는 시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성공스토리는 충북에 희망을 주고 있다. 우리 지역의 8개 대표산업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의약산업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연평균 성장률을 웃도는 성과를 나타냈다. 전국 종사자수, 기업체수, 생산액의 연평균 증가율이 2.8%, 2.7%, 1.5%인 반면 충북은 2.9%, 4.8%, 13.9%로서 모든 부문에서 앞서 있다. 8개 대표산업의 종사자수 기준 특화도 평균이 1.5~1.6인데 비해 바이오의약은 3.5를 기록하면서 확실한 비교우위 산업임을 입증했다. 신약 대박을 꿈꾸는 '제2의 한미약품'이 우리 지역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에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대표주자로 본사를 수도권에서 오창으로 옮긴 셀트리온(제약)이 있다. 중견·대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종근당(비만 치료제), 대웅제약(모툴리눔 톡신), 녹십자(면역 결핍 치료제), LG생명과학(예방 백신), 코오롱생명과학(퇴행성 관절염) 등이 있다. 셀트리온, 대웅제약, 녹십자, LG생명과학, 유한양행, 일동제약 등 6곳은 상반기 국내 제약사 R&D 투자 상위 10위 안에 포함돼 주목된다.

또한 바이오의약산업의 유망품목으로 꼽히는 유전자재조합의약품에 메디톡스, 휴메딕스, 제넥신과 바이오시밀러에 라파젠 그리고 세포치료제에 코아스템, 보령바이오파마 등 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이 입지해 잠재력도 양호하다.

분명한 것은 한미약품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역설적이지만 40년의 무모한 R&D 투자가 비결이라는 주장도 있다. 연구소장이 관리하는 특허가 1천개남짓으로 알려졌다. R&D의 정도(正道)로서 경영철학, 전략, 조직시스템, 기술개발, R&D 문화 등도 회자된다.

지난 3월과 이달 초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육성전략과 규제개혁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세계적 트렌드 변화도 지역에 우호적인데 글로벌 제약사와 중소벤처기업이 협업하는 개방형 혁신의 확산과 천연물 신약 부상이 그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에서 포스트 한미약품이 나올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R&D 투자에 대한 지역의 뚝심을 보여줄 때 또 다른 신화창조는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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