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해마다 학생부 전형으로 선발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올 대학 신입생 전체 모집 정원의 무려 20.3%가 학생부로 선발한다는 통계도 있다. 입시생 열 명 중 두 명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의 좁은 관문을 통과한다는 얘기다.

학생부 기록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교사로서는 학생부 작성 과정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학생의 인생이 달렸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의 학생부 작성은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충북도교육청 홈페이지 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도내 초·중·고 6곳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엉터리 학생부 기재가 상당수 적발돼 신분상 조치 등 처분이 이뤄졌다.

특히 학생 개개인의 행동특성과 태도를 차별화 될 수 있게 구체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자율 활동 특기란을 멋대로 기재하거나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를 보면 기가 막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충주 모 고교 교사는 2013년 1학년 한반 학생 28명 중 25명을, 같은 학교의 또 다른 교사는 2014년 1학년 32명 중 30명의 학생부 자율 활동 특기사항란을 모두 똑같은 내용으로 채웠다고 한다.

한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2013년 전입 학생의 학생부에 전입 며칠 전에 실시한 특기활동 내용을 기록했고, 또 다른 교사는 학생 36명 중 33명의 진로활동 특기사항에 아무것도 적지 않아 적발됐다.

거의 모든 학생의 특기항목이 동일하고 그것마저 귀찮아서 아예 기입하지 않았다면 교사로서의 자격과 자질이 의심될 수 있는 대목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 같은 내용이 수차례 적발됐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감사때마다 또다시 적발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출결사항이나 학업상 수상자 선정 등 상식 밖의 오류도 적지 않았으며 시험출제 규정을 어긴 채 문제를 냈다가 나중에 감사에서 적발되는 사례도 있었다. 제자들에게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도, 감독해야할 교장·교감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교사와 학교를 믿고 따르는 학생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부전형은 요즘 대학입시의 핵심 키워드다. 내신·교과 특기사항을 비롯해 창의적 체험활동 등 비(非)교과 영역까지 학생부에 기재된 모든 사항을 활용해 평가한다. 학생들이 시험 성적에만 매달릴 필요 없이, 학교생활을 통해 잠재력과 소질을 키운다면 충분히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꾼 것이다.

그러나 학생부를 엉망으로 관리한다면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 학부모 단체들이 "학생부 허위기재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며 해당교사의 퇴출을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충북교육청은 관련 교사와 학교에 대해선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무엇보다 감사에 적발됐는데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면 교육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학생부 전형이라는 대학입시 제도를 떠나 학생 개인의 학습수행능력과 창의력, 인성과 적성, 소질과 잠재력등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교사와 학교, 그리고 이들의 엉터리 학생부 작성에 뒷짐만 지고 있는 교육청은 '올바른 교육'을 말할 자격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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