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오는 8일 '자비의 희년' 개막… 국내 13일 미사 거행

오는 8일은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 지내는 '자비의 희년'(Jubilee of Mercy) 개막일이다. 이번 희년은 가톨릭교회에 현대화의 물결을 가져온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을 기념해 지정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자비의 희년'을 맞아 모든 교회의 문을 개방할 것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 미사에서 "만일 신이 자비를 베푸는 문이 항상 열려 있다면 교회 역시 이런 자비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줄 수 있도록 모든 문을 열고 있어야 한다"며 "전 세계 모든 교회에 닫힌 문이 있으면 안되고 기독교인 가정의 문 역시 신의 자비를 상징하는 문이 돼야한다"고 주문했다.

자비의 희년은 오는 8일 로마 시각 오전 9시 30분(한국 시각 17시 30분)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聖門·Holy door)을 여는 미사로 시작된다. 성문을 여는 예식은 신자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줌을 상징한다. 로마의 다른 대성전들,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과 성 바오로 대성전은 12월 13일, 성모 마리아 대성전은 2016년 1월 1일 성문 여는 예식을 거행한다. 12월 13일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교구의 주교좌성당(cathedral)에서도 성문 여는 예식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국내 교구들도 12월 13일 주일에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희년 개막 미사를 거행한다. 발표된 일정은 ▶서울대교구 명동성당 낮 12시 ▶춘천교구 죽림동성당 오후 3시 ▶대전교구 대흥동성당 오전 10시 30분 ▶인천교구 답동성당 오전 11시 ▶수원교구 정자동성당 오전 10시 30분, 조원동성당 11시 ▶청주교구 내덕동성당 오전 10시 30분 ▶안동교구 목성동성당 오전 10시 30분 ▶전주교구 중앙동성당 오후 3시 등이다.

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비의 희년 기도문에 2016년 교구 사목교서 주제를 연계해 '자비의 특별 희년 기도문'을 발표했다. 명동성당에서는 오는 7일 오후 7시에 "자비의 해: 자비로운 교회, 교회가 전하는 하느님의 자비"를 주제로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조성풍 신부의 대림 특강이 있고, 13일 주일에는 성문 개방 예식을 한다.

춘천교구(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희년 대사를 받을 수 있는 순례 성당들(죽림동, 임당동, 양양, 홍천, 포천, 곰실공소, 팔로티회 성당)을 지정하고, 교구 내 성당과 사적지를 모두 순례하도록 돕는 '본당 순례 수첩'을 펴냈다. 수첩에는 춘천교구 60개 성당과 5개 사적지 설명,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한 자비의 실천 방안과 기도문, 춘천교구 순교자 시복시성 기원 기도문, 선교를 위한 기도문이 수록돼 있다. 순례 소감을 적고 확인 도장을 적는 난도 마련됐다.

수원교구(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오는 13일, 2개 주교좌성당 외에 6개 대리구(수원, 안양, 안산, 성남, 용인, 평택) 중심 본당에서도 개막미사를 거행한다. 앞서 수원교구는 관할지역의 14개 성지(구산, 남양성모, 남한산성, 단내성가정, 미리내, 손골, 수리산, 수원, 양근, 어농, 요당리, 은이골배마실, 죽산, 천진암)를 희년 순례지로 지정해 발표했다.

청주교구(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3개 성당과 2개 성지(내덕동, 감곡, 옥천, 배티성지, 연풍성지)를 순례지로 지정했다. 특별히 내덕동 주교좌성당에는 '자비의 희년 고해소'를 마련했다. 고해소 개방 시간은 매일 오후 2-4시이며, 2015년 대림시기와 2016년 사순시기에는 밤 10시까지 고해소를 개방한다.

안동교구(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2016년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 희년 기간의 전 교구적 과제로 '아버지 품을 떠난 작은아들 찾기 운동'을 제안했다. 교회 안의 신자들이 먼저 하느님의 자비를 배우고 익힘으로써, 교회를 떠나 이산가족처럼 살아가는 신자(냉담자)들이 자비를 체험하고 돌아오게 하자는 내용이다.

광주대교구(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2개 주교좌성당을 비롯한 10개 순례 지정 성당(임동, 북동, 나주, 영광, 곡성, 산정동, 저전동, 동산동, 해남, 소록도성당)을 선정 발표했으며, 희년 기간 전반에 걸쳐 '자비의 희년 공소 순회 피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은 신심 강의, 이야기 나눔, 레크리에이션 등으로 구성된다. 교구 사회복지회는 희년 기간에 "작은 나눔이 모여 이루는 희망세상"이라는 이웃돕기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미리 추천받았으며, 매월 한 명씩 사례를 소개해 신자들의 자선과 봉사를 독려할 계획이다.

전주교구(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자비의 특별 희년 맞이 성음악제'를 11월 20일(금) 오후 7시 전주 중앙성당, 29일(일) 오후 4시 익산 솜리 예술회관에서 실시한다. 아울러 전주교구는 일반 신자들을 위한 '자비의 얼굴' 강독 자료를 펴냈으며, 교황청에서 발표한 자비의 희년 공식 성가를 한국어로 녹음해 mp3 음원을 배포하는 등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공급하고 있다. / 송창희



*희년이란 무엇인가

희년(禧年)은 고대 히브리 전통에서 50년마다 지내던 특별한 해로서, 7년마다 오는 안식년을 7번 지낸 뒤 50년째에 지냈다(레위기 25장 참조). 모든 이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소유지를 돌려주는 희년은 재산을 잃고 인격적 자유마저 상실한 가정들에 회생의 길을 열어주고 평등을 회복함을 의미해 왔다. 가톨릭에서는 서기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교황 때부터 희년을 지내기 시작했으며, 1475년부터는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은 희년을 지낼 수 있도록 25년마다 지내 왔다. 가톨릭의 희년은 히브리 전통에 영성적인 의미를 더해, 신자들이 하느님과 이웃과의 관계를 새로이 하고 신앙을 증언하며 살도록 독려한다. 중요한 행사가 있을 경우 특별 희년이 선포되는데, '자비의 특별 희년'도 이 경우에 해당된다. 가톨릭 역사상 50년 또는 25년 주기의 정기 희년은 26번, 특별 희년은 2번 있었다. 자비의 희년은 가톨릭 역사상 3번째로 지정된 특별 희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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