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동아시아문화도시 사무국장

청주가 하면 세계의 모든 도시가 할 수 있으며, 청주가 하지 못하면 세상 모든 도시가 할 수 없을 것이다. 밭가는 소는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달팽이도 마음 먹으면 태평양을 건널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진짜 실패하는 사람은 도전하지도, 창조하지도, 달리지도 않는 사람이다. 말이 말로 끝나지 않고 달리는 말(馬)로 바꿀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니 실패를 기념하라.

동아시아문화도시 이어령 명예위원장과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수많은 이야기 숲에서 실패라는 단어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두려움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실패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야 할 길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았는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는지 헛헛했던 삶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실패를 지식화하고 혁신에 활용하는 기업들은 언제나 옳았다. 에버랜드는 직원들이 실패파티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패의 근원을 찾는 시간을 통해 재발을 막고, 새로운 혁신과 도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W는 창의적인 실패를 허용하고 이달의 창의적 실패상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했으며, 한국쓰리엠은 실패를 두려워 않고 도전하는 연구원을 격려하는 '팽귄어워드'를 도입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우리는 이를 두고 실패학이라고 부른다. 실패나 실수의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막거나 예상되는 실패를 미리 예측해 혁신의 가치를 담기도 한다. 실패학은 군사시스템의 개발 과정에서 시작했지만 항공 우주산업으로 확대되면서 미 우주항공국(NASA)은 발사 오차를 치밀하게 분석했으며, 산업계에서는 결점을 줄이고 기술혁신을 촉진할 수 있게 되었다. 제조업에서는 품질관리나 6시그마 같은 경영관리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실패와 관련 자료를 DB 구축을 통해 안전메뉴얼을 만드는 등 실패가 가져다주는 교훈을 다양한 삶의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문화계에도 실패는 지적 자양분이 되고 창의적인 콘텐츠의 원천이 된다. 미술의 역사가 그렇고, 뮤지컬과 오페라 같은 공연물의 경우도 수많은 시련과 아픔의 마디를 거쳐야만 최고의 창조적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인문학과 예술의 모든 장르가 막막하고 고단하며 지난한 길을 통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미칠듯한 몰두와 피를 토하는 열정과 시련, 그리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얻은 결과물이 아니던가.

얼마 전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한중일불 도시문화회담에서도 각국의 문화도시 관계자들이 다양한 문화정책 사례를 발표하면서 아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파리나 도쿄 등의 세계적인 문화도시도 공간을 가꾸는 일에서부터 콘텐츠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문화복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까지 수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실패를 공유하자"고 외쳤으며,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도시의 관계자들이 깊은 공감을 했다. 앞선 도시의 사례를 통해 실패를 최소화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협력시스템을 갖추는데 뜻을 함께한 것이다.

젓가락페스티벌도 마찬가지다. 젓가락을 소재로 한 축제를 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냉소적이었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외신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젓가락이라는 작은 것으로 전시, 학술, 경연대회 등을 펼치며 문화상품 개발과 공연이벤트, 스토리텔링 콘텐츠와 음식문화 특화시키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죽순이 자라 대나무가 되듯이,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듯이 실패를 인정하고 공유하며 창조와 혁신의 가치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화살이 과녁에 명중되는 것은 아니지만 활시위를 당기지 않으면 화살은 과녁을 향해 날아갈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실패해도 성공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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