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필자가 일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도 타 직장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즉 계약직, 무기 계약직 등으로 나누어져 일하는 현실이 있다. 비엔날레와 관련해서 행사준비는 물론 행사기간 동안에 많은 계약직 인재들과 함께 일하고 아쉽게도 그들과 작별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비엔날레 기간 동안 함께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재단이나 조직위에서 함께 일하다가 떠나보내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들던 생각중의 하나는, 과연 정규직이란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정규직은 주인이고 비정규직은 손님인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이라 지칭되는 것은 과연 성실한 인품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들에게 적합하고도 적절한 표현인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은 일단 덮어두더라도 우리의 선입견은 정규직은 좋은 일자리이고,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즉 해고와 관련해서 정규직은 안전하고 비정규직은 불안하다고 생각을 해서 우리나라 대학생의 2/5 정도가 고용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준비 중이라고 한다. 글로벌 저성장시대라 모두가 불안하다. 대기업 정규직도 40대 중반이 지나면 퇴직과 노후대책으로 늘 불안한게 현실이다. 퇴직 후 재취업하더라도 처우는 이전 직장보다 현저하게 못하다. 수십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정규직 신입사원도 이른바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가며 업무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있다. 소규모 회사는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무기계약직' 입사자는 해고 위험은 적다해도 여전히 차별에 서럽다. 불안하고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사실상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시민'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재단에 부임한 나는 문화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것이 노동이나 근로상의 정규직과 다르게 혹은 놀랍게도 문화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문화적으로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구분은 간단하다. 문화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문화나 예술을 배우려 하며 또한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그런 분들을 문화적인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적인 생활이란 수준 높은 예술품을 감상하거나 소유하고서 남보란 듯이 폼 잡고 허영이나 부리는 정도 혹은 허위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가 곧 삶이란 야만적이지 않고 공정한 원칙, 공개적인 모습, 정당한 삶의 태도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엄격히 실천해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우리 문화의 정규시민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얼마 전 필자는 '문화소외계층'과 '문화거부계층'에 대하여 말 한 적이 있다. 필자가 말하는 문화거부계층이란, 경제적여유와 시간적 여유 그리고 안정된 생활환경을 가진 당당한 정규직이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문화 예술적 행사나 공연이나 전시회 등에 스스로 등을 돌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좋지 않은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2015년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간다. 해가 바뀔 때마다 그저 '아쉽다'라고 말만하고 있을 수는 없다. 새해에는 우리시 청주가 문화로 행복하고 문화로 살고 싶은 으뜸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85만 시민 모두에게 '문화로써 합당하고 문화로써 이치적인 소통'을 공급하고자한다. 우리는 '좋은 시민'이 무엇인지 공동체에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공개, 공정, 정당한 원칙들이 사회의 어느 부분이든 적용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집에 가서 자녀들에게 자신이 행한 일을 그대로 얘기하고 또한 권장할 수 있어야 한다. 눈치니 전략이니 하는 말들이 지닌 한계와 부족한 점들을 인지한다면 우리는 '문화 정규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오늘로써 필자가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근무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청주에 감사드리고 지역에 감사드리며 재단의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단어들이 있다. 언제나 시민중심, 지역중심, 문화중심이다. 청주가 그리고 85만 청주시민 모두가 '문화가 살아있어 살고 싶은 도시 청주'로 기억되도록 온 마음을 다해 뛰고 달리는 '청주시문화재단'을 다시 한 번 만들어갈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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