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오홍진 대신증권 본점 부장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 답다. 일단 기부를 약속한 금액이 수십조 원에 이른다. 99%를 기부한다니 거의 전 재산에 가깝다. 그 보다 기부를 한 목적이 분명하고 뜻깊다. 어린딸과 다음 세대를 위해서란다. 그러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이미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부족함이 하나도 없는 그가, 자신과 가족을 넘어서서 세상에 대한 책임을 말하며 실천에 옮기고 있다.

주커버그의 기부 방식이 특이하다. 기존에는 비영리법인인 자선재단을 통한 기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주커버그는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하여 기부를 했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주들이 채권자에 대해 자신의 투자액의 한도 내에서 책임을 지는 형태다. 파트너십에 주식회사의 장점을 보완해서 만들어진 회사다.

이런 방식은 비영리법인과 같이 주커버그가 지향하는 교육이나 질병치료 같은 공익사업을 구현할 수 있다.

그 외에 투자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여 재투자가 가능하고, 입법 로비 등을 통해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선다. 주커버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겠다는 것이다. 31세의 신세대답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어야 된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이것은 주커버그가 이전 기부에서 자신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고 엉뚱한 사람이 혜택을 본 것에 대한 반성 때문이라고 한다.

유한책임회사를 통해 일정부분 정치적 이슈나 사회 문제 참여도 가능하다. 그가 만들고 싶은 미래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기부를 하면서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찬반이 갈릴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에 부담 없이 물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단순히 기부라는 선행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더 큰 이상을 추구한다는 기획은 참신하다.

주커버그가 창업한 페이스북이 걸어온 길을 보면 이번 기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 서로 공유하고 연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커버그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사람 간에 관계가 형성이 될 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열 사람일 뜻을 같이하면 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부(富)도 자식에게 상속하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일에 여러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지향한다.

주커버그의 통 큰 기부를 보며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기부에 인색하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매몰된 사회. 이름을 내기 위해 하는 일회성 기부와 마지못해 하는 기부. 사회지도층이 솔선하여 기부한다는 인식이 잘 들지 않는 현실. 그리하여 계층 간에 신뢰보다는 반목이 커지는 시대상. 이런점이 우리사회와 다른 점이다.

더 큰 문제는 기부액의 다소를 떠나,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의식이 엷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다음 세대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근시안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의 팽배가, 살기 힘들다는 현실 인식과 결합하여 더욱 각박한 세상으로 내던져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때다.

보다 나은 미래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멈출 수 없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인간이 우선되는 구조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추구하는 주커버그 조차도 기계가 인간을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계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답했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인간을 뒷전으로 할 수는 없다. 모든 발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행복과 '더불어 잘 사는 미래'에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