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충남 공주 태화산 기슭에 있는 마곡사 솔향기길로 트레킹을 갔다가 산을 내려오는 길에 이국적인 건물을 만났다. 첫 인상은 마치 고급 빌라형 콘도미니엄같은 느낌이었다. 검은색 지붕과 회색 벽체가 조화를 이룬 단정한 현대식 건물은 고즈넉한 산사(山寺)와는 전혀 동떨어진 분위기였다. 대체 무슨 건물인가 궁금해 하던 차에 건물 모퉁이를 돌아보니 '휴센터'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모 신문사가 운영하는 힐링프로그램업체가 조계종으로부터 위탁받아 2박3일간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숲 산책, 몸 다스리기를 위한 기혈순환체조, 참 휴식을 위한 명상 및 호흡법강의를 하는 곳이었다. 휴센터에는 천년고찰 마곡사의 이미지와 달리 세련된 '커피숍'과 '노래방'도 운영 중이었다. 불교의 대중화라고 할지, 아니면 불교의 세속화라고 할지 모르겠다.

마곡사는 인근 수덕사와 함께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하다. 독실한 불교신자라면 이곳에서 며칠간 묵으며 심신수행을 체험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엔 템플스테이 신청자가 많이 늘어 난 것 같다. 산사에서 예불을 올리고 공양하는 체험프로그램엔 느긋하게 절밥(사찰음식)을 먹으면 쉬는 휴식형, 불교문화체험형, 자연을 벗삼아 걷고 사색하는 생태체험형 등 다양하다.

마곡사 주변에는 템플스테이를 원하는 도시인들이 늘면서 시설을 신축하는 공사현장이 곳곳에 보였다. 백범 김구가 20대 초반 '원종'이라는 법명을 받고 행자생활을 하며 잠시 구도에 정진했던 마곡사 뒷산 태화산자락엔 송림숲길이 10㎞나 이어져있다. 100년 전 '원종'이 길을 걸으며 마음을 다스리며 민족혼을 일깨웠던 송림숲길은 '백범 명상길'이라는 이름으로 템플스테이를 하는 신자, 휴센터에서 '힐링'하러온 직장인, 트레킹족과 등산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예전엔 깊은 산속이었을 태화산 골짜기에 이런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그윽한 풍광과 조용하고 경건한 능선길, 백제시대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마곡사의 불교문화도 있지만 무한경쟁의 과도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 심신을 수양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2002년 한일월드컵이후 템플스테이가 대중화되면서 그해 1천300명이던 참가자들이 지난해엔 사찰 100여개에 19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유서 깊은 사찰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새 치유 숲이나 리조트 개념을 가미한 치유센터도 눈에 띠게 늘었다. 숲체원의 산림치유프로그램은 2005년부터 3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다고 한다.

힐링산업이 번창하고 있는것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참가비도 만만치 않고 프로그램도 다양해 치유센터에서 단체생활 하며 제대로 치유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갈수록 고급화, 대형화되고 너무 '장사 속'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산속에 자리 잡은 힐링센터의 번듯한 시설을 보며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명상체험'도 돈 없이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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