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가 소풍 전날 설레이는 마음에 잠못 이룬 적이 있을 것이다.
 몇십년전의 소풍에 대해 설명한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신기한 일로 받아들일 정도로 갖가지 헤프닝이 많았다.
 소풍 전날 운동화를 몇십번 신어보다 가슴에 품고 잤던 일, 김밥을 쌀 형편이 못돼 점심으로 대신 가져간 고구마와 감자가 짓눌려 뒤죽박죽 된 일 등등...
 일일이 나열할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중한 기억들이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생생하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으로 바뀐 지금의 소풍은 어떠한가.
 제천관내 대다수의 학교가 태백 석탄박물관, 청주 오송바이오엑스포, 안동하회마을부터 심지어 학교 인근인 하소리 뒷산으로 체험학습을 다녀 온 반면 일부 학교에서는 놀이기구 일색인 무슨무슨 랜드를 다녀 왔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곤 한다.
 예전의 소풍만 생각하고, 손자를 따라 모랜드를 다녀왔다는 백발이 성성한 한 할머니는『애들 따라 다니느라 점심도 먹는둥 마는둥, 몇시간씩 차안에 갖혀 애만 쓰고 왔다』며『다시는 따라갈 곳이 못된다』며 옆집 할머니를 향해 연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댔다.
 『놀이기구 타는 곳이 어떻게 체험 학습장이 될수 있는지 알다가 모르는 일』이라며『식구들끼리 몇번씩 다녀온 곳인데, 결석만 아니면 안보냈으면 좋겠다』고 푸념하는 학부형들.
 친구들과 종알거리며, 때론 노래도 부르며 6년 내내 방죽길을 따라 1시간 이상 걸어가던 소풍길이 생각난다.
 요즘 같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색소로 얼려 만든 아이스케이크를 한입 얻어 먹으려고 친구 뒤를 졸졸 따라 다니던 일.
 점심을 가져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건네주던 따스한 담임 선생님의 손길.
 몇십년의 세월이 흐르며「현장체험학습」이라는 허울좋은 포장지에 감춰진 채 사라져 가는 소풍이 아쉬운지 한 학부모는『내년도에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볼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놀이기구나 타는 랜드로 또다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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