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들녁은 황금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본격적인 추수철이 시작됐다. 이때 쯤이면 허수아비 조차도 부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추석 때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같아라』라는 말을 쓰지만 진짜 풍요로운 계절은 이때다. 익히 알다시피 쌀의 한자는 「米」이다. 혹자는 이를 「88」, 즉 「八+十+八」로 풀고 있다. 농민들의 손길이 88번 들어가야 쌀을 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견 그럴듯한 해석이다. 그러나 갑골문자의 米자는 쌀을 건조하는 모습을 상형하고 있다. 점은 벼낟알이고 열십자는 막대를 표시해 놓은 것이다. 언뜻 이해가 안되면 田자를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우리는 잘 쓰지 않지만 북한지역에서는 쌀밥을 「이밥」이라고 한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 쌀은 끈기가 많고 적음에 따라 찹쌀과 입쌀(남한에서는 멥쌀)로 나뉜다. 입쌀로 지은 밥이 이밥이다. 이밥과 고깃국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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