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후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지난해 말 미국이 그간 설왕설래하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2008년 말 금리를 제로로 낮춘 지 7년 만이다.

이번 금리 인상이 수년 전부터 예고됐고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되어 있어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흐름은 그렇게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모든 나라들은 경기 침체를 막고자 양적 완화를 취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난 뒤 각국의 정책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세계경제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일본 간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는 대분기점(great divergence)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서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국의 이익에 맞춰 정책적 동조화 또는 탈동조화를 반복하면서 혼란스런 상황 전개도 예견된다. 그만큼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세계 각국은 경제 체력에 따라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국면에 봉착했다.

유의해야 할 것은 미국의 양적 완화 기간 동안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신흥국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그 파장은 의외로 커질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취약 4개국'으로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를 꼽았다.

우리나라는 이와 관련해서 오히려 상대적 강점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의 주요 경제 지표가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매우 양호한 까닭이다. 이와 함께 과거의 학습효과로 다른 신흥국들과는 차별화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 무디스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상 최고 등급에 해당한다.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올해 국내 경제에는 많은 난관들이 잠복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또는 환경 변화로 인해 금리를 다시 내릴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국내 경기 침체의 근본 원인은 잠재성장률 하락에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대외 경제충격에 의해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다.

더욱이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 해운 등 주력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미국·중국·일본 등에 모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는 중국과 신흥국들의 여건 악화로부터 파생되는 충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금년 지역경제도 심한 부침이 예상된다. 지역경제는 산업경쟁력과 한계기업의 존재 유무, 주요 수출대상국의 국제적 대응력 여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변동 그리고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가계부채 과다 유무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산업경쟁력 점검 및 미래 고성장산업 발굴, 한계기업 구조조정, 중국을 넘어 새로운 기회시장 개척, 불가측성에 대비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한편 지금 같은 구조적 장기 침체기에 유용한 조기 재정집행과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각 지역은 홀로 생존해야 하는 '각지도생(各地圖生)'에 나서야 한다. 2016년 지역경제의 향배는 많은 난제들을 어떻게 판별하고 과감한 결단을 통해 위험을 기회로 바꿀 것인가 하는 선택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급격한 금리·환율·유가 변동 등에 대한 단기적 처방 외에 3~5년 후의 기초체력 보강을 위한 중장기 전략도 함께 모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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