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근절대책 따라 개설요건 대폭 강화... 온라인 개설은 쉬워

금융업계가 대포통장 근절 등을 이유로 입출금 신규계좌 발급절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신동빈  

#사례1. 20대 사업자 A씨는 최근 계좌를 새로 만들기 위해 한 은행을 방문했지만 포기를 하고 은행문을 나섰다. 모임 회비를 모으기 위해 통장을 개설하려했지만 통장 개설을 위해서는 모임 구성원들의 신분증이나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이 통장 개설을 해주지 않는 이유였다.

#사례2. 올해 취직한 20대 직장인 B씨는 월급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지만 발급하지 못 한 채 발길을 돌렸다. 신분증만 있으면 통장개설이 가능할 줄 알고 은행을 찾았으나 대포통장 규제 강화를 위해 통장개설 절차가 까다로와지면서 월급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대포통장 근절을 이유로 신규계좌 발급절차를 갈수록 까다롭게 하면서 통장 만들기가 어려워진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금융거래목적확인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재직증명서 사업자등록증 등의 증빙서류를 가져와야 신규 통장을 발급해주는 등 계좌 개설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후 다른 은행에서 계좌를 또 만들려고 하는 경우 '단기간다계좌'에 걸려 최소 1~2달 후에나 개설이 가능하다. 무직자의 경우 '통장 만들기가 고시만큼 어렵다'는 뜻으로 '통장 고시(考試)'란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창구에서의 통장 발급이 이처럼 어려운 것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쉽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정책 엇박자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계좌 개설시 실명확인 방식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은행권에 비대면 본인 확인을 공식 허용했다. 신분증 촬영 또는 스캔 사본 제시나 ▶영상통화로 신분증 사진과 얼굴 대조 ▶현금카드 등 우편 전달시 고객 확인 ▶기존계좌에서 신규 계좌로의 소액 이체 중 두 가지 이상을 중복 사용하면 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이 모바일 앱을 통한 비대면 본인 확인 방식의 계좌 개설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았고, KEB하나은행, 국민은행도 이달 중 실시할 방침이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엇갈린 정책이 금융 현장의 혼선을 물론 소비자들의 불편만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개혁의 핵심 과제인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비대면 채널 확대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대포 통장 근절을 위해 계좌 개설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좌 개설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 계좌 개설 활성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기준만 대폭 완화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대면과 비대면 계좌 개설 기준을 명확하게 잡아 소비자나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혼선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임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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