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이 11월 30일 여야 합의 형식으로 겨우 통과되었고, 12월 20일부터 발효됐다. 이번 FTA에서 중국이 의류, 식품, 화학 등의 업종에 대한 장벽을 크게 낮췄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제1교역국이자 인구 13억명의 거대 시장인 중국의 문이 더 넓어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취약 산업인 농수산물,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품목인 쌀 및 쌀 관련 제품을 비롯해 소, 돼지, 닭, 오리, 우유, 계란 등 주요 축산 관련 품목을 모두 양허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한중 FTA의 발효로 소비재 중심 업종의 즉각적인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중FTA의 유불리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우리 업체들이 한중 FTA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종별 유·불리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대세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 식품에 호의를 갖고 있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식품업계에 큰 기회임이 분명하다. 중국 식품 시장은 세계식품시장의 약 18%를 차지하는 약 1,000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며, 한류의 확산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선호현상 등 우리 식품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한중 FTA 발효로 중소기업계는 거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낙관론과 국내 영세 중소기업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이란 비관론이 혼재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에 밀리는 식품업계와 저부가가치·단순가공 품목의 비중이 높은 식품업의 특성상 당장은 몰라도 향후 출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크다.

중국산 식자재 등의 수입 급증이 예상되지만, 중국으로의 식품 수출 확대효과는 소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취약한 구조의 식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과 규제완화, 검사와 인증 등 비관세장벽을 강화하는 방안 등의 국내식품산업의 보호와 육성에 대한 조속한 검토와 실행이 필요하다.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의 합리적 운영을 지원하고, 생산장비를 현대화하기 위한 자금 지원, R&D를 통한 제품과 기술의 전수 등에 대해 집중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유예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한중FTA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낮고, 위기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는 식품업계의 현실하에서 유예기간 동안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절대다수가 영세한 우리 식품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개별 식품기업의 차원이 아닌 제도적인 대책의 모색이 시급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농업의 첨단 산업화, 식품산업의 수출지원, 시장개방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융복합한 '스마트 농업'을 실현해 농작업에 대한 자동화ㆍ정밀화를 추진하고,시장개방 확대에 대응한 국가별 수출 전략품목 육성 및 신선 농산물 수출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할랄(Halal) 식품 시장을 개척해 농식품을 수출 산업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모두가 필요하고 시급한 정책이지만, 장기적인 추진이 필요한 사업들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일시적인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은 아닌 지, 사업추진을 위한 지자체와 지역민, 산업계로부터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지, 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비젼은 마련되어 있는 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한류의 붐과 함께 그입지를 다져가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시장에서의 한국상품 점유율은 1%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브스선정 세계 116대 식품기업에서도 2개업체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브랜드 인지도와 인프라 측면에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더욱이 농식품가공산업은 2~3인 규모의 가족 중심의 소규모 가공업이 주를 이루고 있고, 단순가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국의 식품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방 중소식품회사들을 육성해야 하고, 이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식품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 및 연구와 설비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이식해주어 하드웨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고객맞춤형 제품생산 및 유통노하우에 대한 지식 확보가 가능하도록 소프트웨어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식품산업은 생명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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