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대한 공해산업의 상징이었던 청주시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 일대의 대변신이 주목되고 있다.

청주시는 최근 국내 100여개 기업·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 사옥에서 '청주시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 민간사업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는 옛 연초제조창 일원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 비즈니스 센터·호텔·복합 문화 레저시설 건립 등 1천718억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받기 위한 것이다. 청주시는 주요 건설사와 금융사, 호텔 사업자 등 30여개사가 이날 곧바로 사업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추진만 된다면 내덕동 일대는 청주시의 랜드마크로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연초제조창 일대 재생사업이 현실화되려면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민들의 공감대도 형성돼야 하고 무엇보다 민간투자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청주시의 기대만큼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2천억원에 육박하는 민간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인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옛 연초제조창 일대는 2014년 국토교통부로부터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 고시된 이후 한차례 민·민 갈등이 발생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다. 청주시는 이곳에 비즈니스센터, 호텔과 복합 문화 레저시설 조성, 행복주택 건설 등 총 14건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성안길 상인과 일부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내덕동 주민들은 찬성하는 등 논란을 겪었다.

지난해 3월 일부 시민단체는 "2천600억 원에 달하는 민자 사업은 외지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며 "도시재생사업은 쇠락해가는 구도심을 살리고 기존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인데 대기업 민간자본만 돈을 버는 도시재생사업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주민과 동떨어진 채 기존 상권을 살리지 못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왜 추진하려는 지 의문"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내덕동 주민들은 "84만 시민 중 누가 반대하는 그 근거를 대야 한다"며 "도시재생 선도사업 지정 등 그간 아무 역할도 하지 않던 시민단체가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엔 개발계획과 전략을 수정해 투자설명회에 나서면서 민민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투자유치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에 연초제조창 일대 재생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할만한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다. 청주시는 한범덕 전시장 재임때인 2012년에도 오는 2020년까지 옛 연초제조창과 그 주변을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 융·복합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사업계획을 세운바 있다. 매년 2천억 원의 경제유발 효과도 제시했다. 당시 내덕동 안덕벌 일대를 전북 전주 한옥마을 못지않은 문화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마스터플랜을 세웠으나 청사진만 보여준 채 끝났다.

하지만 옛 연초제조창은 스토리텔링을 갖춘 문화공간이다. 여기에 낙후된 주변지역을 재생한다면 청주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경제개방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이 같은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사업계획도 실현가능성과 민자 유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뜬구름 잡는 식의 실효성 없는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민자 유치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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