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어 기업이나 제품에만 국한되었던 브랜드의 중요성이 모든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다. 개인의 개성을 장점으로 살릴 때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듯 지역 또한 그곳만의 역사, 전통, 문화, 산업, 경제, 환경 등 유형과 무형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해 나갈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지난 해 청주시의 심벌(CI) 개발과 관련해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일부 수정을 거쳐 가까스로 공표된 사례 또한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지역브랜드가 지역경쟁력 향상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미국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 브로드웨이 등을 통해, 그리고 이탈리아 로마는 과거의 역사를 잘 보존한 관광자원과 함께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피자, 스파게티의 대명사로서 지역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의 벳푸는 향토자원인 온천의 도시로, 오사카는 식도락의 도시로 연간 헤아릴 수 없는 관광객을 맞고 있다. 도시자체가 국가인 싱가폴은 중개무역의 경제적 이미지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교육관광을 브랜드로 구축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등 지역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브랜드는 다른 지역에서 제공할 수 없는 차별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적 시스템 구축을 통해 경쟁력을 쌓아가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 부산KTX역에서는 S어묵판매점, 대전KTX역에서는 S제과점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지역특산물을 내세워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역의 먹거리는 전통과 문화, 식자재 조리법의 차별화를 통한 지역브랜드 구축에 용이하고, 유명 먹거리가 많을수록 관광객 유치에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연고도 없이 유사 브랜드를 남발하는 사례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괴산대학찰옥수수와 괴산절임배추, 음성청결고추, 영동포도, 충주사과, 진천쌀, 보은대추 등 지자체에서 애써 개발한 브랜드와 슬로건이 더 이상 특색 있는 상표로 인정받고 유지하는데 애로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다고 유사한 브랜드를 만들고 경쟁하는 사례는 마치 식당 간판마다 붙은 '원조'논쟁과 다를 바 아니며, 대표성을 훼손시켜가면서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성할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브랜드가 인식되고 홍보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해야 한다. 성공적으로 개최된 유기농엑스포, 화장품뷰티엑스포 등의 후속조치는 물론, 가령 괴산 산막이옛길, 영동 와인 등의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타 지자체와 중복 또는 유사성이 높은 것은 공동 브랜드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관광, 문화, 환경, 특산물 등 개별적 브랜드를 지역에 맞도록 통합적 이미지로 일관되게 구축하는 전략적 접근 또한 필요한 바, 그 대표적 국가로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은 2016년 4월부터'지역명과 상품(서비스)명'으로 상표를 등록하는 지역단체상표제를 실시하여 2015년 3월 기준 1천87건의 출원과 574건의 지역단체상표등록을 완료했다. 특정 지역의 과거 지명을 살린 채소, 요리, 온천, 자수 등의 통합브랜드는 광광과 문화체험 그리고 상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직지' 완본이 각고의 노력 끝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유구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로마의 경우, 문화적 산물과 이를 계승 발전시켜 문화브랜드로 이루어내기까지 많은 노력과 비용, 시간 등이 소요되었음을 상기하여 브랜드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페리는 "한 사람이라도 돌 무더기를 보면서 머릿속에 대성당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더 이상 그것은 돌무더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라도 처음 보는 건물, 누구라도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만들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무조건적인 시작이 아니라 지역에서 이어온 작은 씨앗에서부터 차분히 살펴보고 재정비해 우리지역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이를 통해 산업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창출함과 동시에 지역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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