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한병선 문화박사 교육평론가

복지국가로 갈수록 국민들의 행복도가 높아진다. 특히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비결은 무엇일까. 강력한 사회보장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때문이다. 이런 신뢰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말레네 뤼달의 '덴마크 사람들처럼'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새벽시간에도 빨간 불에는 아무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다. 엄마들이 아기가 탄 유모차를 식당의 문밖에 세워두고 먹고 마신다. 대부분의 가판대는 요금함만 설치한 무인시스템이다. 보험회사는 영수증 없이도 여행 중 도둑맞은 돈을 보상해준다.

또한 생활은 합리에 기반한 행동양식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면 연인들은 데이트를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철저하게 반씩 부담한다. 데이트 후 집에 데려다 주는데 들어간 자동차 휘발유값까지 부담한다. 결혼비용도 마찬가지다. 모든 비용은 남녀가 반반씩 부담한다. 우리사회처럼 남자가 집을 마련하고 여자는 혼수를 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가정생활에서도 모든 일은 공평하게 분담한다.

아이들에 대한 배려도 대단하다. 그러나 배려라고 해서 '무조건 오냐 오냐'하지는 않는다. 우리사회에서는 아이들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라는 아이들 제한구역이 늘고 있지만 덴마크에 이런 공간은 없다. 부모들 스스로가 공공질서에 대한 지도를 확실하게 한 결과다. 공공장소나 식당 등지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강력히 제지할 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이런 식의 교육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교육에서도 특징을 보인다. 덴마크의 아이들은 진로를 일찍 결정한다. 이런 배경에는 사회의 모든 역할이 나름대로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는 의사대로, 청소부는 청소부대로 나름의 역할이 중요할 뿐, 의사가 더 존중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사회에 변호사나 의사만 있다면 그런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란 인식이 주를 이룬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덴마크뿐만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의 나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의 경우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모두 대학에 가면 누가 집을 짓고 빵을 만들겠는가. 누군가는 길거리를 쓸어야 하고 누군가는 미용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누군가는 도로공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네덜란드에는 이 같은 사회적 합의를 잘 나타내주는 말이 있다. "시장도 3층짜리 주택에 살고 청소부도 3층짜리 주택에 산다"라는 말이다. 질서의식도 덴마크만큼이나 철저하다. "다음차례는 누구인가"라는 말을 가장 먼저 배운다. 이런 이유로 새치기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만일 새치기를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면 그들은 십중팔구 외국인이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덴마크의 교육시스템은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이들은 개인의 재능개발보다는 보통의 교육을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덴마크 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얀테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네가 남보다 더 잘 낫다고 생각하지 말라' 등과 같은 겸손을 가르치는 덕목들이다. 과소비나 사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외모보다는 집을 꾸미는데 투자하는 편이다. 아름답게 꾸민 공간 속에서 양초를 켜놓고 차를 마시며 가족끼리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이런 덴마크식의 독특한 문화를 '휘게'라고 한다.

덴마크 인들의 국가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믿음은 매우 특별하다. 사회 구성원 누가 되었든,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해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준다는 그런 믿음이다.

바로 국가에 대한 이런 신뢰가 덴마크 인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덴마크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임에 틀림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