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지난해 12월 31일 밤 자정, 청주예술의전당 앞 '천년각'에서 열린 새해맞이 타종식에 제법 추운 날씨에도 수천 명의 인파가 참여해 2시간 가까이 행사를 즐겼다. 전국의 1천여 개의 축제 중 '겨울축제'는 80여 개에 불과하다는 것은 청주에게는 기회이며, 겨울이라는 계절이 생각하기와 활용에 따라서 축제의 장이 펼쳐질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어느 도시처럼 눈 조각과 얼음 조각을 관람하고, 겨울축제를 찾아가고, '히말라야'와 같은 설경을 그린 영화를 감상하고, 가을의 풍경을 담아내던 카메라로 겨울 풍경을 촬영해보고, 비발디의 4계중 겨울을 다룬 음악을 듣고, 겨울을 노래한 시와 소설을 읽고 음미하는 풍요로운 '겨울 역사의 창조'도 나의 눈과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

첨단기술로 개발된 난방용 상품들은 이미 겨울에도 여름의 열기를 유지시키기에 충분하고, 감성을 담은 미술작품과 예술작품들의 프로그램은 겨울의 추위마저 경이롭게 하며, 도전과 모험, 위로와 발견, 경탄과 경이로움의 길로 안내하고 있다.

청주에도 겨울을 자랑할 만할 보고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대청호가 그것이고 무심천과 미호천이 그것이며, 상당산성과 우암산도 그것이다. 겨울을 활용한 도시마케팅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 볼 일이다. '겨울관광' 콘텐츠의 핵심은 '절묘한 타이밍'에 있다. 겨울방학과 설 연휴를 활용하는 계절적 관광마케팅이 필요한 시기이다.

물론 여기에는 예측불허의 재미있는 스토리의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감성구조를 접목해야 한다. 겨울 추위를 자산으로 삼는 '겨울도시 협의체'라는 것이 1982년 출범한지도 30년이 넘었다. 특히 청주는 봄에 펼치는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정도이며, 가을에는 몇몇 먹거리 축제가 있다. 그러나 여름휴가 시즌에는 관광 상품이라 할 만한 볼거리가 빈약하다. 겨울철에는 이 또한 전무한 실정이니 사계절 관광도시로의 청주를 꿈꾸며 올 부터라도 '겨울도시 청주'를 겨냥한 고민들을 해보자. 지금의 청주는 시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에 충분치 못하며, 청주의 수려한 자연과 환경을 알리기에도 충분치 않다.

청주시도 최소한 충북권의 문화예술 네트워크와 연계하여, 시민과 관광객에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하여 '문화도시'에서 '관광도시'로의 방향을 서둘러 잡을 필요가 있다. 청주는 이미 '동아시아 문화도시'이다. 우리가 앞서가는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겨울철문화'를 통해 선두적 입지를 다져야하며, 이를 기회로 국내적으로는 '코리아문화중심'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여 지역예술가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지역의 문화기획자를 연대하여 완성도 높은 활동을 기대해 볼만하다.

필자는 신년인사를 통해 '대청호 선상문학제'의 필요성과 '겨울 대청호 미술제'를 제안한 바 있다. 청주만의 '겨울 이미지' 캐릭터의 개발과 청주만의 겨울을 노래하는 OST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른바 '겨울도시 회의'에 가입한 도시는 1983년 출범 당시 6개국 9개 도시에서 2015년 현재 9개국 20개 도시로 2배 이상 확장해 있다. 이처럼 '겨울도시' 회의에는 회원국들 외에도 겨울시즌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옵서버' 도시들이 참여해, 선진도시의 경험을 전수받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5차 겨울도시 회의'에는 34개 도시가 참여했고, 회원도시가 속한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몽골, 핀란드, 러시아, 에스코니아, 한국 등 특정 권역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권역의 4계절이 뚜렷한 도시들이 포함되어, 글로벌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는 '겨울도시 연대기구'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도시들은 '겨울은 자원이며 재산이다'라는 슬로건 하에 겨울을 활용하여 앞서가는 관광도시가 되고 있다. 일본의 '눈꽃축제', 중국의 '빙등축제', 캐나다의 '윈터카니발',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축제'가 그 대표사례이다. 문제는 발상의 전환이며 동시에 실천이다. 시민들이 눈이 녹아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을이 오면 서둘러 청주의 겨울을 기다리는, 타 도시민들에게는 겨울철이 되면 청주의 겨울도시를 부러워하며 마음 설레도록 이제는 우리 한번 서둘러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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