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김대식 천안 ㈜다영푸드 대표

세계가 이제는 지구촌이라는 이름아래 각 국가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정치와 이념의 대결에서 벗어나 경제와 자본의 논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른 세계화의 그늘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80년대 이후 식품과 농업부문에 있어서도 전지구적 규모의 다국적화(multi-nationalization)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대 상업자본의 출현에 힘입어 곡물과 육류, 가공식품까지 이어지는 세개의 영역에서 농식품복합체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까지 이어주는 중심적인 역할자로 등장해 기술발달과 생산성의 비약적인 증대를 보여주고 있지만, 한편으론 지역농업의 생존기반이 붕괴하고 있고, 농업분야의 다양성이 날로 악화되어가고 있으며, '수탈'로까지 표현되듯이 제3세계 농민의 궁핍 등 사회·경제적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예외는 될 수 없어, 먹거리의 안전성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고, 우리 농촌공동체의 지속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업이 세계화하면서 지역농업의 특색들이 실종되었고, 지역별 식재료들의 다양성이 사라짐에 따라 지역음식의 문화적 개성도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습니다. 세계화된 농업은 그 특성상 식재료가 장거리로 유통되면서 제조 및 가공 공정상 화학첨가물과 보존료 등이 많이 사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식재료들의 장거리이동에 따른 탄소배출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경제의 구조상, 더많은 수출을 위해서는 수입 개방이 필수적인 바, 80년대 중반부터 담배와 소고기 등을 필두로 점진적인 개방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농산물시장개방에 대한 반감으로 농협이 주도해 한때 전국민적인 호응을 얻었던 것이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이었습니다. 신토불이라는 용어는 '사람마다 자기가 태어난 고장에서 나는 채소를 즐겨먹어야 한다'는 석가의 가르침을 따른 불교의 불이사상(不二思想)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하고,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는 동의보감의 표현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합니다.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한 농산물 개방 협상 때 농협에서 '우리 농산물애용운동'의 차원에서 국민운동을 전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했고, 국민의 호응을 얻으면서 일반화된 용어입니다. 우리 농업을 보호하자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민건강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며, 한국의 전통에까지 관심을 넓혀주는 등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시민운동의 태생적 한계상 자생적인 생존기반을 마련하는 데 실패해 아쉽게도 현재는 신토불이운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한풀 꺾인 상황입니다.

한국의 신토불이 운동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제는 한국에서 지산지소운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입니다. 일본의 지산지소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활동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간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에서 안전한 지역농산물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여 지역농업과 관련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의 성공배경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감성적인 호소만이 아니라 지산지소가 왜 좋은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실증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 생산자와 소비자간 친밀한 대면관계 설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원산지표시기준과 위생기준 등을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한 지자체와 생산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애국심 때문에 지역 농산물을 소비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농산물이기 때문에 팔아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만든 농산물이기 때문에 우리 지역 사람들에 제일 좋은 농산물이라는 점, 자연이 정한 이치와 자연의 섭리에 가장 합치하는 것이 신토불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신토불이는 우리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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