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그늘에 가려진 관광명소 (중) 낮과 밤, 원주민의 고통

청주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수암골은 해가 지고나면 드라마 촬영지로 사용됐던 영광이네 국수집을 경계로 명확히 다른 풍경을 나타낸다. 커피숍과 프렌차이즈 음식점 등이 들어서면서 조명불빛으로 가득 찬 모습(왼쪽)과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비추는 원주민 마을의 모습은 주민과 상생해 나간다는 기존의 개발취지와 크게 동떨어진 모습이다./신동빈

■ 글 싣는 순서

(上)장애인에겐 '그림의 떡'
(中)낮과 밤, 원주민의 고통
(下)공감·소통하는 명소돼야

"관광지 이전에 우리에겐 삶의 공간...에티켓 지켜주세요."

청주의 관광명소인 수암골에는 60여 가구가 살아가고 있다. 화려한 벽화와 좋은 경치를 매일 즐길 수 있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부 관광객들의 불법 주정차와 소란, 막말 등으로 주민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정명옥(53·여·수동 15통장) 수암골 마을 대표는 "관람객이 오면서 삭막했던 동네가 활기를 되찾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민들도 있지만, 옛날 조용했던 때가 그립다는 반응도 있다"며 입을 뗐다.

그는 "길가에 사는 주민의 경우에는 관광객 소음이나 차량 소음에 여름엔 창문도 못 열어둔다"며 "특히 주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벽 3~4시에도 관광오는 경우가 있어 자다가 깜짝 놀란 적도 있다"며 "드라마 촬영 당시에는 더 많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밤 낮을 구분하지 않는 소음 중에서도 일부 관광객의 '막말'이 가장 듣기 싫은 소음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이었던 9살때부터 수암골에서 살아온 김상윤(39·여)씨는 "한번은 자녀와 함께 관광을 온 한 여성이 '엄마말 안듣고 공부안하면 나중에 커서 이런데 사는거야'라고 말을 했다"며 "또 다른 사람은 '이런데서도 사람이 사는구나'라는 말을 했는데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밖에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주차문제나 소음피해를 겪고 있지만 참고 말하지 않을 뿐"이라며 "관광지 활성화도 좋지만 주민들을 위해서 관광객들에게 관광 에티켓을 교육하고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수암골의 치안을 담당하는 내덕지구대 관계자도 "수암골에서 (불법주정차로 인한) 주차문제나 음주소란 신고가 주로 접수된다"며 "여름철에 가장 신고가 많은 편"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심야시간에 출입을 자제할 수 있도록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 김재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