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어느새 한 해의 한 고개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봄바람 맞는 기분이 드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몸이 봄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봄은 바람을 타고 오지만 봄꽃마저 바람이 떨어뜨린다는 옛 시인의 글귀가 방울방울 달린 매화의 꽃망울을 더욱 기다리게 합니다. 올해의 계획으로 미호천 전체를 걸으며 탐방하기로 하였는데 벌써 4차 탐방까지 끝마쳤습니다. 길고 긴 강을 따라 함께 맞이할 계절과 생태의 모습을 간간이 이렇게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미호천에 대해 대부분 어렴풋이 느끼고 있습니다. 무심천이 흘러서 만나는 하천, 흐르고 흘러서 큰 금강과 만나 서쪽 바다로 여행을 마치는 우리 지역의 하천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미호천에 대해선 저 역시 제대로 알고 있지 못 합니다. 중부고속도로를 타면서 만나는 농다리의 하천, 경부고속도로의 옥천 휴게소를 지나 보이는 물줄기 역시 모두 미호천입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을 중심으로 미호천은 우리의 생태적인 공간을 감싸고 흐르고 있습니다.

미호천은 충북의 하천이기도 합니다. 미호천 발원지 역시 충북 음성군 삼성면 마이산 마이산성에서 발원하여 음성, 진천, 청주를 지나 흐르는 하천입니다. 이 지역의 넒은 분지와 곡창지대를 이루게 된 것도 미호천의 역할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고운 모래를 담고 내려와 진천의 평야와 아름다운 모래 빛의 하천을 만들어 준 미호천은 이름 역시 미호(美湖). 아름다운 강을 말합니다. 금빛의 금강 역시 미호천의 모래가 만들어준 영향이기도 합니다.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강 부분, 미호천과 무심천이 만나는 까치내 부분, 발원지인 마이산성, 미호천의 시작점인 삼성면 모래내 부분 총 4차례를 걸으며 지극히 생태적인 모습으로 미호천을 바라봅니다.

발원지인 마이산성은 참 친숙한 모습입니다. 인가에 인접한 숲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작은 나무들과 아까시나무가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까시나무는 숲의 생태적인 복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통 교란이 생긴 곳에 자리를 잡아 토양의 유출을 막고 비옥하게 해주는 나무입니다. 산성의 중턱을 넘어서자 참나무들과 소나무의 군락이 이어집니다. 이제 제법 숲의 모습이 보여주며 대부분 교란이 적은 형태를 보여줍니다. 계곡길을 따라서 예전에 인가들이 들어와 터전을 잡았던 모습도 보이며 마이산과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연결된 삶을 살았을 모습이 그려집니다.

산성은 옛 군부대 터가 있었다고 하는데 숲에는 생명력이 강한 오리나무가 간간이 식재되어 있으며 습한 곳에는 계곡을 좋아하는 신나무들이 군락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서 철쭉이나 공원화를 시킨 나무들이 정렬되어 심어졌으며 물이 나와 고인 연못에는 큰 버드나무가 당당히 지키고 있습니다.

미호천은 아주 작은 물줄기로 시작하는데 상류의 윗마을을 지나 삼성면의 중심부를 관통해서 모래가 쌓인 모래내 하천으로 흘러갑니다. 윗마을과 삼성면은 아쉽게도 1980년대 하천을 보여줍니다. 쓰레기와 오물들 그리고 정화되지 않은 하수까지 물의 오염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10킬로 넘은 길에 물고기를 먹는 왜가리, 백로 역시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을 봐서 물고기조차도 서식하지 못하는 그런 하천으로 시작점을 맞이합니다.

하천 일대에는 뽕나무, 두릅나무, 아까시나무가 서식하곤 있지만 자생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자란 나무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매화나무, 이팝나무는 최근에 식재되었으며 하천 일대에 달뿌리풀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초본 역시 아쉬운 형태로 생태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래가 많이 쌓여서 아름답다 붙여진 모래내의 모래 역시 검게 변하고 냄새가 진동합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그나마 하류 정도로 내려오니 흰뺨검둥오리와 민물도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줄기를 따라 이어진 하천은 사람과 언제나 함께 해 왔습니다. 이어지는 곳마다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남겨놓고 지속적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람과 함께한 생태의 모습은 처참한 모습입니다. 생명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어떤 모습인지를 미호천이 이야기를 합니다. 숨 막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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