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성공스토리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50년 동안 유일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4위, 무역 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 수출 7위, 수입 9위의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신흥국들은 부존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경공업에서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혁신역량을 자산으로 신화를 써온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더욱이 고도화된 산업 포트폴리오 구축 사례는 이들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압축 성장을 이루기 위한 불균형 성장전략과 낙수효과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정책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낙수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고도 성장기부터 현재까지의 대기업 위주 수출정책과 그에 따른 낙수효과가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후 가계와 기업부문의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꾸준히 있어 왔다. 대표적인 국제기구들의 연이은 부정적 평가를 계기로 낙수효과에 대한 경고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이 더 이상 약화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수출, 대기업 및 중화학공업과 같은 특정 부문을 선도적으로 육성하는 불균형 성장전략은 그 과실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는 낙수효과를 전제로 하고 있다. 성장과 효율을 우선하면서 분배와 형평은 부차적인 고려사항이 됐다. 선성장·후분배 전략은 경제개발 초기 성장단계에서는 매우 효과적이었고 성과도 거뒀다.

지금도 시장에서는 낙수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예로서 자동차 기업은 중대형 고급차 부문에 집중 투자해 얻은 많은 이윤으로 연구개발을 활성화하면서 소형차 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증권시장에서는 대기업인 삼성과 현대, LG 주식이 오르면 이와 관련한 소재, 부품, 장비주들이 강세를 띠는 것이 목격된다.

구글, 페이스북, 에릭슨과 같은 글로벌 IT업계 대표주자들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사용자를 위한 웹,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뛰어든다. 대기업들은 중소업체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면서 부족한 개발자들을 중소기업을 통해 충원하는 혁신적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글로벌 IT업계의 낙수효과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우리 경제는 무역의존도와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대기업의 강점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충북경제의 경우는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이 16개 시·도 중 2위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튼실한 구조도 갖추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기반에서 창출되는 수출은 같은 기간 연평균 증가율이 11.9%로 전국 및 9개도 평균 9.5%와 8.5%를 웃도는 신장세를 보여 왔다.

충북경제 성장에 대한 지출항목별 기여율(2013년 최종수요 기준)은 수출이 74.8%로서 소비·투자에 비해 그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성장은 제조업, 수출 그리고 일부 품목(반도체, 축전지, 광학기기부품 등)이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확대재생산이 가능했던 시기의 성장패턴과 유사하다.

요즘 낙수효과의 유효성 논란은 기업 성장과 정책적 안정의 부조화에서 촉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편적 정책이 아닌 생태계 관점에서 가치사슬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낙수효과를 전적으로 맹신하거나 불신할 것이 아니라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를 결합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수출·제조업 중심의 물적 생산 거점에서 사람·인재 중심의 네트워크 거점으로 경제 기조 전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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